[IT세상 화제와 이슈](11)SW사업자평가제

최근들어 CMM(Capability Maturity Model)·SPICE(Software Process Improvement Capability dEtermination) 등 소프트웨어사업자 평가제도가 소프트웨어 및 SI업체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외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들이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자 선정시 일정수준 이상의 CMM이나 SPICE 레벨을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입장에서도 납기단축, 비용절감, 고객만족 차원에서 프로세스를 관리할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에서도 CMM 인증을 획득하거나 SPICE심사원을 다수 확보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CMM·SPICE 등 국제적인 소프트웨어사업자 평가제도의 현황과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소프트웨어사업자 평가제도 도입=정통부는 이달초 소프트웨어의 품질 및 개발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하반기 소프트웨어업체들의 프로세스 관리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사업자 평가제도를 도입해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통부 관계자는 “소프트웨어사업자 평가제도는 미국이 지난 87년부터 카네기멜론대학 소프트웨어공학연구소(SEI)에서 제정한 CMM 기준을 바탕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국제표준화기구(ISO)도 소프트웨어사업자 평가에 관한 국제표준(SPICE) 제정을 추진중”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국내에도 소프트웨어사업자 평가제도 도입이 아주 시급하다는 게 정부측의 입장이다.

 정통부는 특히 소프트웨어사업자 평가제도의 도입 활성화 차원에서 이 업무를 총괄할 ‘한국소프트웨어프로세스컨소시엄(KOSPC)’을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동안 국내에선 소프트웨어업체들의 프로세스 관리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소프트웨어산업을 대표적인 수출산업의 하나로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공인받고 있는 프로세스 평가기준인 CMM이나 SPICE 등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 국내에서는 SPICE 심사원으로 활동중인 학계 및 업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프로세스심사인협회가 발족돼 활동에 들어갔으며 이른 시일내 SPICE와 CMM 등 국제표준 정착 등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SPI(Software Process Improvement) 포럼’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앞으로 정통부가 소프트웨어사업자 평가제도를 확정하면 국제 품질기준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게 분명하다.

 ◇왜 도입해야 하나=사례 1. 보안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모 소프트웨어업체는 특화된 기술과 보안이 요구된다는 이유로 소수의 인원만을 투입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런데 납기에 쫓겨 문서화된 작업 산출물을 전혀 만들지 못하고 소프트웨어만 덜렁 개발했다.

 문제는 납품후 발생했다. 고객으로부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보수 요청이 들어왔으나 정작 개발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이 퇴사해 참고할 만한 자료가 전혀 없었다. 결국 이 업체는 퇴직 직원에게 고액을 지불하고 파트타임으로 데려다가 소프트웨어 보수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사례 2. 국내 SI업체 개발팀의 K모 과장은 능력이 출중하다 보니 휴가도 제때 못가는 직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던 시스템이 K과장이 자리만 뜨면 이상이 발생해 걸핏하면 호출당하기 일쑤였다. 결국 이 과장은 개인적으로 능력은 인정받았을지 모르지만 조직 측면에선 부재시 업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백업체제를 전혀 마련해놓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례 3. 국내 한 소프트웨어업체는 미국의 공공기관에서 추진중인 프로젝트에 참가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준비작업을 진행해왔으나 이 공공기관에서 최소한 CMM 레벨 3 이상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입찰제한 규정을 제시하는 바람에 제안서조차 내지 못하는 쓰라린 경험을 해야 했다.

  이처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몇몇 사례들은 왜 국내에 소프트웨어사업자 평가제도가 필요하고 CMM이나 SPICE 등 국제수준의 인증을 획득하는 게 증요한지 말해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은 품질과 프로세스다. 특히 소프트웨어분야는 프로세스의 중요성이 높다.

 중앙대 이경환 교수는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소프트웨어 품질을 제고하기 위해선 소프트웨어라는 최종 결과물보다는 소프트웨어 개발과정에 더 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최고경영자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 이해도와 개선노력, 문서관리방법, 개발자들의 소프트웨어 개발능력과 태도 등을 전체적으로 평가해야만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을 평가할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허문행 단장은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선 미국의 소프트웨어 품질기준인 CMM이나 현재 시험버전 상태인 SPICE인증을 받는 게 경쟁의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의 국제품질 인증에 관한 관심 제고를 촉구했다.

 허 단장은 “과거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이 ISO9001 등 인증 획득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경험이 있는데 CMM·SPICE 등은 국내 기업들이 국제수준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내외 기업들의 프로세스 능력 수준=CMM 수준은 1∼5단계 등급이 있으며 수치가 높을수록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미 국방성 조달기준은 CMM 레벨 3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SPICE 레벨 역시 CMM과 유사하게 0∼5단계 등급이 있으며 CMM과 마찬가지로 수치가 높을수록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세계적으로 CMM과 SPIC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카네기멜론대학 부설 SEI에 따르면 현재 41개국 1654개 조직에서 CMM 인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CMM 레벨로 보면 1단계(34.9%), 2단계(38.2%), 3단계(18.5%), 4단계(5.5%), 5단계(2.9%) 등으로 70% 이상이 1∼2단계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PICE의 경우 대상기업의 80% 이상이 레벨 2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통계치는 3단계 이상의 등급을 획득하기 위해선 전사적인 차원에서 품질 및 프로세스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잘 말해주고 있다.

 국내에선 ETRI, 삼성전자, LGEDS시스템, 쌍용정보통신, 핸디소프트 등이 꾸준히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전개해 인식이 상당히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기업들은 CMM과 SPICE수준이 1∼2단계에 불과하고 심지어 수준이 0인 업체들도 2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경환 교수는 SPICE를 기준으로 할 때 국내 소프트웨어 및 SI업체들의 SPICE등급은 평균 2.2 정도에 불과하며 해외 공공기관 프로젝트 등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선 3.x 이상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SI업체나 소프트웨어업체를 중심으로 SPICE와 CMM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품질경영활동에 열의를 보이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국제경쟁력은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업계 전문가들은 SPICE의 경우 아직 국제표준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국내에 상당수의 심사원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CMM은 인증획득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심사과정도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최근들어 CMM인증을 쉽게 획득할 수 있는 방안이 업계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어 CMM인증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적 프로세스 평가모델 무엇이 있나

 현재 국제적으로 소프트웨어사업자들의 프로세스를 평가할 수 있는 모델은 여러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CMM·SPICE·부트스트랩·트릴리엄이다.

 CMM은 지난 91년 미 국방성의 지원에 의해 카네기멜론대학의 SEI에서 개발됐으며 미 국방성을 비롯해 NASA·AT&T 등 미국 내 정부기관과 통신업체 및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전문업체에서 프로세스 평가모델로 적용하고 있다. CMM은 레벨 1에서 레벨 5까지 있으며 레벨1은 소프트웨어 프로세스가 정의되어 있지 않고 임시변통적으로 진행되는 수준을 말한다. 미 정부의 조달조건인 레벨 3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유지를 위한 모든 활동이 조직에 의해 승인되고 정의된 표준에 의해 통제되는 수준이다. 레벨 5는 혁신적인 생각과 최신 시험 운용결과를 정량적으로 피드백함으로써 지속적인 프로세스 개선이 가능한 수준이다. 레벨 5에선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프로세스 개선활동에 참여한다.

 SPICE는 ISO/IEC JTC1의 소프트웨어공학표준화위원회 워킹그룹 10에서 개발하고 있는 표준이다. 아직 표준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시험버전으로 운영되고 있다. SPICE는 CMM과 유사하게 0∼5단계의 레벨을 갖고 있으며 CMM과 달리 국내에 다수의 심사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트릴리엄은 캐나다 통신사업자인 노던텔레콤이 벨캐나다 등과 공동으로 개발한 평가모델이다. 트릴리엄은 통신시스템 개발 평가에 중점을 둬 개발됐다. 역시 1∼5단계의 레벨을 갖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트릴리엄을 적용해 심사를 진행한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부트스트랩은 SEI의 CMM을 유럽의 소프트웨어업계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된 평가모델이다.

 이들 평가모델 가운데 우리나라 업체들이 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CMM과 SPICE다. 국내 업체들이 어떤 평가모델을 인증받을지는 수출지역, 인증획득 절차와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