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업체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정품 인증제와 비슷한 제도 도입을 놓고 업체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정품 인증제는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제품을 구입한 사람이 일정기간 내에 인터넷을 통해 등록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정해진 기간 내에 등록을 하지 않으면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등록 과정에서 제품의 등록번호와 사용자 컴퓨터의 고유한 하드웨어 정보가 결합되기 때문에 다른 컴퓨터에 설치할 수 없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제도를 오피스XP와 윈도XP에 적용하기로 하면서 MS는 “명백한 범죄행위인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이미 외국에서는 정착되고 있는 단계”라고 주장했지만 시민단체들은 “모든 사용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것이며 자칫하면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도 있다”고 반대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의견차이가 최근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캐드 업체의 대명사인 오토데스크는 정품 인증제를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일 방한한 오토데스크의 탐 노링 부사장은 “향후 출시되는 모든 제품에 정품 인증제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불법 복제 방지에 사용자의 하드웨어 정보를 이용하는 인증제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어도비시스템스는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최근 방한한 이 회사의 브루스 치즌 CEO는 정품 인증제 도입 여부에 대해 “도입할 계획이 없다”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정품 인증제를 도입하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합법적인 사용자에게 번거로움을 주는 정품 인증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글과컴퓨터, 안철수연구소, 나모인터랙티브 등 국내 대표적인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정품 인증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품 인증제에 대한 필요성이 높기는 하지만 사용자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생각하는 것은 국민적 정서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안철수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정품 인증제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사용자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불법복제를 줄이기 위해 국민적 정서를 거스르는 제도가 아닌 다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저작권협의회(SPC)의 한 관계자도 “지난 4월 초 회원사를 대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정품 인증제에 관한 설명회를 했는데 대부분의 회원사들이 안정성과 사용자의 정서를 이유로 거부감을 나타냈다”며 “아직까지 이 제도에 대한 추가정보를 요구한 국내 업체는 없다”고 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