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면 적과의 동침도 감수한다.’
패키지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최근 들어 경쟁사 제품과 자사 제품을 함께 묶어 판매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시스템통합(SI)업체가 고객의 요구에 따라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제품을 함께 공급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유통업체를 통해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패키지 SW에서 이 같은 판매방식은 보기 드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SW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특정 시장에선 경쟁관계에 있지만 경쟁을 벌이지 않는 제품을 묶어 인지도 향상이나 매출 확대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로 가격 할인 등 이벤트 성격을 가지며 한정판매 형태의 단기적 협력으로 펼쳐진다.
홈페이지 제작 SW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나모인터랙티브(대표 최준수)와 어도비시스템즈코리아(대표 이흥렬)는 이달 초부터 홈페이지 제작 소프트웨어인 나모웹에디터와 웹 애니메이션 제작 SW인 라이브모션을 하나로 묶어 12만8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두 제품의 공식 소비자가격을 더하면 31만5000원으로 60% 정도 할인된 것이다.
두 회사의 협력은 매크로미디어코리아(대표 최성환)의 가격 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것이다.매크로미디어코리아는 지난 6월 말부터 홈페이지 제작 SW인 드림위버와 웹 애니메이션 제작 SW인 플래시의 가격파괴 정책을 펴고 있다. 두 제품의 소비자가격은 각각 61만 8300원과 48만1800원인데 두 제품 모두 6만93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백신 시장의 라이벌인 한국트렌드마이크로(대표 박기헌)와 시만텍코리아(대표 최원식)도 손을 잡았다.
이달부터 두 회사는 SW 유통업체인 아이뱅크를 통해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국트랜드마이크로의 백신 제품인 PC-실린2000과 시만텍코리아의 백업 복구 프로그램인 고스트7.0을 묶어 23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또 PC방을 상대로는 건우엔터프라이즈가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공동판매는 9월 31일까지 실시하며 특히 PC-실린2000은 CD 하나로 컴퓨터 대수에 관계없이 설치할 수 있으며 고스트7.0은 100대의 컴퓨터까지 설치 가능하다.
나모인터랙티브 마케팅팀 강은수 팀장은 “특정 제품이 경쟁관계라고 해서 다른 제품까지 협력할 수 없다는 사고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업체마다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제품을 하나로 묶으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시장의 반응에 따라 장기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