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위기가 기회다>(5/끝)대학교육 문제점과 해결 방안

 “대학의 반도체 관련 교육수준과 실제 산업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차이가 있어 쓸 만한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반도체기업의 채용담당 실무자가 한 말이다.

 현재 191개에 이르는 국내 대학 중에 반도체와 관련해 특성화된 커리큘럼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 학교는 많지 않다. 과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반도체’에 특화된 과를 가지고 있는 대학도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다.

 국내 전자공학 관련 전공자는 매년 1만명명씩 배출되고 있으나 실제 30대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인원은 4000명 정도라고 한다.

 전자, 재료, 물리, 금속, 화학 등 다양한 전공분야에서 인력을 수급하고 있는 기업의 채용담당자는 실제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대부분 뽑은 후 몇개월씩 재교육을 시키는 실정이다.

 그동안 D램 공정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구조에서는 이런 형태의 인력수급이 가능했지만 앞으로 적극 육성해야 할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분야에서는 학교에서의 교육이 더욱 중요해진다.

 따라서 대학 반도체 관련 교육의 커리큘럼을 특성화시켜야 한다. 해당 분야의 기초적이고 추상적인 부분만을 체득한 채 배출되는 인력들을 실전에서 써먹기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과거의 유산 중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현실에 맞는 커리큘럼을 채택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전문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문대에 걸맞은 실질적이고 세부적인 커리큘럼을 과감히 채택해 ‘기간만 짧은 4년제 대학’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할 것이다.

 대학 커리큘럼이 지나치게 특화된 분야를 파고듦으로써 파생될 수 있는 폐쇄성의 문제는 각 대학간의 교류채널 확대를 통해 해결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산학관이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반도체장비의 특성상 초기비용도 많이 들어가지만 이를 유지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낙후된 장비의 보유로 인해 그다지 큰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금은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를 묶어내는 네트워크를 구성함으로써 지식교류의 인프라를 쌓아야 한다. 지난 95년 설립된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가 좋은 예다. 전국 61개 대학과 연계, 툴 지원 및 교육활동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인력들과 교류함으로써 우수한 반도체 설계 인력을 양성해 이 인원들을 그대로 인력 DB화함으로써 기업도 쓸 만한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정부는 반도체 분야별로 대학들의 네트워크 구성을 적극 지원해 국내 반도체 관련 인력 풀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