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여력이 많지 않은 대학에서 인력양성을 하는 데 있어 외부지원, 특히 연구과제를 통한 지원은 큰 힘이 된다.
기업에서도 종종 지원하지만 자사의 사업추진방향과 맞는 쪽으로 진행해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학은 주로 정부 국책과제를 통해 연구자금을 얻게 된다. 따라서 국책과제가 제대로 운영되면 활발한 연구활동을 통해 좋은 인력들이 배출된다.
정부에서 매년 시행하는 반도체 관련 과제는 수백여건이다. 하지만 과연 억단위로 지원되는 정부자금이 꼭 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는가.
이 과제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확실한 평가체계가 확립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업선정시와 사업종료후 평가가 모두 중요하다. 올바른 평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평가자가 ‘전문적 탁월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평가체계는 전문적 탁월성을 지닌 인물보다 ‘해당 학교 및 연구진과 최대한 관계가 없는’ 인물 선정에 치중하는 느낌이다.
또한 공정성을 위해서는 모든 평가자를 공개하고 평가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부담으로 인한 평가기피현상은 평가자들에게 합당한 지원과 대우를 해주고 국가 반도체산업을 제대로 만들어 나간다는 자긍심을 갖게 해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확실한 평가체계가 갖춰진 후에는 그야말로 ‘확실한 평가’를 실행해야 한다.
“잘한 사람이나 못한 사람에게 모두 A학점을 주는 교수의 학점은 꿀같이 달지만 결국 발전 가능성을 없애는 결과를 낳는다”는 KAIST 경종민 교수의 말처럼 제대로 된 평가는 여러가지 마찰을 불러오겠지만 꾸준히 추진해서 정말 제대로 된 연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다행히 국책사업을 운영하는 이들의 노력으로 산업실무진으로 평가단 구성, 공개평가제 도입, 사업후 데모테스트를 통한 결과확인 등을 시행해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활발한 국책과제 운영을 통해 국가자원의 낭비를 막고 그동안의 전반적인 지원체계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연구에 아낌없는 지원을 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력과 성과물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