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오감 중에서도 청각과 촉각은 가장 근원적인 감각에 속한다. 잠이 들거나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청각과 촉각은 활동하며 오감의 발달이 미숙한 영유아도 청각과 촉각에는 반응한다. 심지어 임산부 뱃속의 태아조차 8개월때부터는 바깥 세상의 음악에 귀기울이며 태어나서도 그 음악을 듣고 즐거워한다니 말이다.
이처럼 중요한 청각이나 촉각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음향학이다. 엄밀하게는 청각과 촉각을 자극하는 진동현상을 이론 및 실제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인간 생활에 유익하게 접목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음향학의 범위는 의외로 넓다. ▲음향학의 기본이론을 다루는 물리음향과 소음 및 진동분야 ▲음향으로 우리 생활을 쾌적하고 풍요롭게 하는 전기음향·건축음향·공력·구조음향 분야 ▲목소리에 의해 시스템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하는 음성통신 및 음성처리분야 ▲음향파에 의해 상태를 검사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음향통신·초음파·수중음향 분야 등까지 상당히 포괄적이다.
국내의 음향학은 81년도에 설립된 한국음향학회 회원들을 주축으로 꾸준히 발전해왔다. 현재 2500여명의 회원이 가입된 한국음향학회는 설립 초기부터 학술분야의 국제활동과 학술대회를 왕성하게 추진해왔다. 매달 1회씩 전문 학술지를 발행하고 7개 연구분과위원회에서는 연 1회 이상 학술관련 책자를 발간해오고 있으며 매년 2회에 걸쳐서 국내 학술발표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또 83년에 한일연합음향학술대회, 90년에 한일합동학술대회, 94년에 서태평양음향학술대회(WESTPAC), 97년과 99년에 음성처리국제학술대회(ICSP) 등을 개최했다.
국내 음향학의 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한국음향학회 초대회장을 맡았던 연세대 차일환 교수를 꼽을 수 있다. 차 교수는 특허청 전자부 심의위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자문위원, 기술표준원 음향 및 진동시험기술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한일합동 음향학술대회를 개최토록 해 일본과의 상호학문교류에 크게 기여했다. 또 서태평양지역 학술회의 의장을 역임하면서 한국음향학계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현 한국음향학회회장인 서울대 성굉모 교수도 빠뜨릴 수 없다. 독일 아헨 공대에서 음향공학을 전공한 그는 90년대에 초음파 영상진단 시스템의 핵심부분인 압전초음파 센서를 개발하고 완전 디지털 오디오 엠프의 개발에 성공하는 등 국내 음향 관련 산업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근래에는 3차원 음향재생시스템과 국악기에 관한 음향학적 연구 및 수중음향과 관련한 센서배열 문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광운대 김순협 교수는 한국어 음성학 분야를 개척한 인물로 꼽힌다. 83년 ‘한국어 음성인식 시스템 개발에 관한 연구’로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후 국내 음성인식 연구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해왔다. 특히 자동차 편이장치와 CD롬 타이들을 음성 명령어로 제어하는 기술을 상품화했으며 주식거래를 음성으로 하는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현재 국제 음성정보기술 학술대회 표준위원장이다.
한양대 나정열 교수는 77년 국방과학 연구소 수중음향 연구실장으로 근무를 시작하여 잠수함 탐지 관련 연구를 수행해왔다. 잠수함 탐지거리예측을 위한 각종 SW를 개발해 해군함정 소오나에 적용하는 등 국방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수중음향을 이용한 해양탐사 방법인 해양음향 토모그래피기술을 개발, 한국 미국 그리고 러시아와 공동실험을 통하여 그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최근 SW 분야에서 적용이 늘고 있는 TTS(Text To Speech) 기술은 동덕여대 이양희 교수가 눈에 띈다. 한국어 음성의 규칙합성으로 도쿄 공업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어 TTS의 자연스러운 운율을 생성하기 위한 모델, 음성의 성질변환, 고품질 음성합성 엔진, TTS의 합성음에 감정을 부여하는 시스템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현재 한국음향학회 수석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숭실대 배명진 교수는 음향학의 실용화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보이스페이저용 음성압축복원 알고리듬, 목소리에 의한 가정방문객 관리시스템, 안심전화기, 동화의 내용을 부모의 목소리로 변환하는 발성변환기술 등을 개발, 상품화한 것. 최근에는 에밀레종소리와 사물놀이 소리를 재현하는 관광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음향을 이용한 음성처리기술과 관련 350편의 논문, 120여개의 특허도 출원했다. 10년 동안 한국음향학회에서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99년부터는 학술위원장직까지 겸임하고 있다.
음성신호처리 분야에서는 호서대 임운천 교수도 빼놓을 수 없다. 초기에는 변이음 단위 연결 합성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그 중에서도 음성합성시스템의 운율구현 부분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를 수행했다. 인공 신경망을 이용, 자연음에 내재하고 있는 운율을 학습해 운율을 발생시키는 방법을 비롯 인공 신경망을 이용한 운율발생기를 모듈화해 음성합성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최근에는 음향정보공학 분야도 연구가 활발하다. 부경대 김천덕 교수는 일본 도호쿠대학에서 유학하며 실내회의용 직선 배열 마이크로폰 시스템 구현과 음향에코 캔설터 연구를 수행하였다. 음향 호로그래픽에 의한 음장 해석과 수중스피커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현재 비선형 음향, 회전 기계계의 이상진단, 전자형 수중스피커, 바다 목장화에 사용되는 음향자동급이장치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성균관대 윤석왕 교수는 음향의 의학적 활용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쌓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과 해군 응용연구소에서 비선형 음향학을 연구한 것을 시작으로 공기방울의 음향학적 역할을 규명했으며 현재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암세포 조직을 괴사시키는 방법, 피부를 통한 인슐린 등 약물투여 등을 연구 중이다. 건축 구조물의 비파괴 안전 진단은 물론 골다공증 및 관절 연골 상태 진단 등에 대한 실용화에도 나서고 있다.
수중음향과 관련해서는 부경대 하강열 교수를 빠뜨릴 수 없다. 1983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부터 수중음향관련 연구를 시작했는데 수중소음의 측정 및 분석, 수중음파전달 등에 관해 연구해 왔다. 초음파 트랜스듀서의 설계 및 제작, 초음파 음장 측정 및 해석, 고분자 압전막 PVDF를 이용한 수중청음기의 제작 및 특성평가, 수중 및 생체 조직에서의 초음파 음장의 전파특성 해석과 관련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정권 교수는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소음진동 연구개발분야를 창설한 후 각종 승용차의 소음진동 환경을 개선하는 데 괄목할 만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영국 서던햄프턴 대학의 연구원으로 차량 엔진소음 및 진동의 해석기법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현재 음향학, 소음제어, 진동공학, 구조음향학, 기계신호 및 시스템 해석 등을 강의하며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다.
전남대 김선우 교수는 80년 7월에 전남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에 음향연구실을 개설해 바닥충격음, 흡차음재, 실내음향, 소음평가, 건축음향표준화, 음질평가, 외부소음기준설정 등을 연구해왔다. 건설교통부 등의 의뢰를 받아 건축물의 음환경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수행했으며 최근에는 환경부의 의뢰로 항공기 및 철도 소음의 환경기준 설정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국립환경연구원의 육상교통소음제어기술연구회 위원장, 기술표준원 건축부회 건축음향전문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기계항공학부 이수갑 교수는 일반인들에게 특히 생소한 공력음향학을 전공하고 있다. 미우주항공국(NASA)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며 헬리콥터 엔진 등에서 발생되는 공기역학적 소음의 발생원인 파악과 제어 등을 연구했다. 서울대에 공력소음 및 제어 연구실을 창설, 한국에서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 분야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국음향학회, 소음진동학회 등의 국내 학회뿐 아니라 국제학회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으며 서울대 환경소음진동연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경북대 노용래 교수는 산업과학기술연구원(RIST) 무기재료 연구분야 근무 시절부터 압전세라믹, 압전고분자 재료 등의 개발과 그 응용에 관한 연구에 힘써왔다. 초음파를 이용해 물체 내부의 결함을 탐지하는 초음파 비파괴검사 센서, 각종 기계구조물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음향 및 진동센서들을 개발, 산업 현장에 적용하였다. 최근에는 미세 음향센서를 생체 진단 및 치료에 적용하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총 200여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고 23편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영남대 정현열 교수는 대우전자 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각종 음향기기 설계를 담당하다가 일본 도호쿠대학으로 유학, ‘한국어 음성의 분석과 인식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최근에는 그간 연구한 음성인식 기술을 CLS에 이전, 포르투갈어용 웹브라우저를 브라질에 수출하는 등 상품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음향학회 영남지회장, 영남대학 부설 정보통신연구소 소장, 영남테크노파크 단장 등을 역임하면서 지역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기대 이상우 교수는 경기대 건축공학과 교수이자 이공총괄학장을 맡고 있는 건축학계 인맥이다. 그는 음향의 건물에 대한 영향을 연구하고 있는데 수원팔달구 청사·경기도 제2청사·경기도 중소기업 종합지원센터·수원 종합문화예술센터·경기도 전통문화 관광테마관·한국소방검정공사 청사 등의 현장설계심사를 맡았다. 한국음향학회에서 건축음향분과 위원장 및 이사를, 대한건축학회에서 건축 환경 및 설비위원회장 등을 역임했다.
부산대 전자공학과 김형순 교수는 KAIST 통신연구실 시절인 84년부터 지금까지 음성인식 분야 연구를 진행해왔다. 86년에 음성 다이얼링 전화기의 데모 시스템을 구축한 이래로 디지콤에서 88년 DSP기반의 100단어 규모 화자독립 음성인식 단말기를 개발하는 등 실용화에도 힘써왔다. 최근에는 핵심어검출기술, 연결숫자인식 기술, 자동차 소음환경에서의 음성인식 기술 등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