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이제 정치 분야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화두가 되고 있다.
보수적인 것으로 악명이 높은 프랑스 정가는 대통령 선거까지는 아직 10개월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선거 준비에 들어간 주요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에 IT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 시작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보수당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최근 들어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서로 경쟁적으로 자신이 인터넷에 정통한 정치인이라는 점을 공공연하게 내세우기 시작했다.
조스팽과의 기술정책 대결을 벌이고 있는 시라크 대통령의 경우 인터넷을 대통령 정강 발표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이 폭넓은 IT분야에 정통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최근 연설에서 디지털 빈부격차를 강조하고 소수와 다른 불리한 집단의 인터넷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그가 보다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음을 피력했다. 그는 또 사이버 범죄에 대항한 범유럽적인 실천과 인터넷 네트워크의 안전 보장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설파했다.
조스팽 총리는 한술 더 떠 최근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고속 인터넷 접속 환경보급을 촉진하기 무려 15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기금은 주당국이 운영하는 금융서비스그룹인 캐스데데포에콘시그나시옹이 시중은행보다 낮은 이자로 대부하는 13억달러로 충당되며 케이블, 위성, DSL 모뎀기술을 이용해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지방 통신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해 주 소유인 프랑스전력의 인프라스트럭처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비평가들은 이같은 계획이 상세한 내용은 없고 수사학에 그치고 있다고 혹평하며 발표 시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테크텔레콤실행그룹과 다국적 로펌인 살란헤르츠펠드&헤일브론의 회장을 겸하고 있고 프랑스·미국 상공회의소 회원이기도 한 오웬 쿠르틴은 조스팽의 5개년 계획에 대해 “케이블·위성과 케이블 모뎀, DSL 등의 사이에 사용되는 플랫폼의 조건 등에 대해 제대로 정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쨌든 대통령 후보자들의 IT에 관한 공약은 정치인들과 프랑스 사람들이 IT 인프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뉴욕의 이스트웨스트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이며 프랑스와 독일의 정치학 관련 서적을 집필하기도 했던 콜레트 마추셀리는 “(대통령 선거가) 정치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을 극복하고 엘리트와 대중간의 간격을 좁히며 유럽통합 관련 이슈에 관심을 모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넷폴리티크가 103명의 하원 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중 45%만이 2002년 선거에서 인터넷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고 4명 중 1명만이 선거를 위해 자신의 웹사이트를 만들 것을 고려하고 있는 등 아직까지 프랑스 정치인들의 전자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