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는 안시, 일본에는 히로시마, 그리고 한국에는 SICAF가 있다.’
60년에 태어나 벌써 불혹의 나이에 들어선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85년생으로 약관을 바라보는 17살의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여기에는 못미치지만 이제 7살인 ‘서울 국제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 2001·http://www.sicaf.co.kr)’이 걸음마를 떼고 골목대장으로 거듭난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는 SICAF는 내일부터 9일간 서울 코엑스·정동A&C극장·씨네큐브 광화문극장 등에서 ‘만화 전시회’ ‘애니메이션 영화제’ ‘프로젝트 프로모션 행사’ 등을 펼친다.
SICAF의 자랑은 뭐니 뭐니 해도 코엑스 1층 태평양관에서 개최되는 ‘만화 전시회’. 지난 95년 SICAF의 탄생과 함께 시작한 ‘만화 전시회’는 한 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해 인기가 높다. 첫해부터 ‘한국만화의 역사’ ‘작가의 방’ ‘순정만화’ ‘SF만화’ 등으로 이어져 올해의 주제는 ‘명랑만화’다. 땡이·꺼벙이·두심이·태구 등 만화 주인공들이 전시장에서 새롭게 살아난다.
여기에다 ‘유럽현대만화전’ ‘명량시대전’ ‘반갑습니다! 북한만화전’ ‘홍콩만화전’ 등 다양한 기획전이 마련돼 세계 만화의 신선한 맛을 보여준다.
특히 북한만화전에서는 북한의 만화책 49권과 애니메이션 20여편이 기다리고 있다. 북한 애니메이션 1호로 꼽히는 ‘금도끼와 은도끼’를 우리 아이들과 함께 보며 북한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SICAF 2001 애니메이션 영화제’는 비경쟁 초청 부문과 경쟁 부문으로 나눠 선보인다.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비경쟁·경쟁에 상관없이 국내에서 보기 힘든 세계 명작들을 볼 수 있어 마냥 행복하다.
일본 재패니메이션 마니아라면 개막작 ‘메트로폴리스’는 놓치기 아까운 작품. ‘철완 아톰’으로 유명한 데쓰카 오사무 원작에 ‘메모리스’의 오토모 가쓰히로가 각본을 맡고 ‘은하철도 999’ 극장판을 만든 린 타로가 감독했다. 무려 10억엔을 들인 이 역작을 놓친다면 ‘아니메’ 마니아가 아니다.
색다른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다면 빌 플림튼의 ‘돌연변이 외계인’과 ‘이트’가 있다.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로 ‘엽기’ 감독으로 통하는 빌 플림튼 감독은 이 작품으로 올해 6월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래도 신토불이를 고집한다면 안시 본선에 진출한 우리 단편 ‘아빠하고 나하고(계원조형예술대)’ ‘오토(전하목)’ ‘존재(이명하)’ 등을 즐길 수 있다. 극장용으론 투니파크의 ‘더 킹’과 한신코퍼레이션의 ‘별주부 해로’가 기다리고 있다. TV 시리즈는 나래디지털엔터테인먼트의 ‘꾸러기 더 키’, 디지털드림스튜디오의 ‘미래전사 런딤’ 등이 있다.
감히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축제라고 자부하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우리나라에 이만한 애니메이션 축제가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기엔 손색이 없다. 상영관과 전시관에 가면 그 자랑을 한껏 맛볼 수 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