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전반이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시스템통합(SI) 분야 중 가장 전문적인 영역으로 인정받아 온 지리정보시스템(GIS)산업이 심각한 위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자지도에 대한 수요가 생각처럼 쉽게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극심한 프로젝트 기근 현상까지 겹쳐 중소 GIS업체들 대부분이 최악의 경영 상황을 맞고 있다. 위기의 GIS산업을 혼선을 빚는 정부 정책과 시장에서의 수익모델 부재, 업체간 과당 경쟁 등의 측면에서 진단하고 그 대책을 총 5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1. 기로에 선 GIS산업
2. GIS업계는 지금 아사직전
3. 기준없는 정부정책
4. 끝없는 이전투구
5. 돌파구는 없나
우리 국토의 위치와 속성 정보를 디지털화해 전자지도를 만드는 지리정보시스템(GIS)산업이 무한한 인터넷시대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모든 국가정보인프라를 떠받치는 기초산업’ ‘인터넷과 컴퓨터, 그리고 탐사기술을 연계한 종합산업’ ‘국가 초고속정보통신망에 띄울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정보’ 등 GIS산업에 대한 주위의 격려와 내부적인 자부심도 당장 눈앞에 닥친 어려운 현실앞에 무색해진 지 오래다.
“산속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20년 가까이 똑같은 길만 계속 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GIS업체 K사장)
디지털 국토 구현을 위한 국가지리정보체계(NGIS)사업은 추진체계 미비와 부처이기주의, 중복투자 등으로 만신창이가 돼 버린 상황에서 오는 2005년까지 GIS산업을 2조원대 시장으로 키우겠다는 정부 발표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이야 매일 그 밥에 그 반찬 아니냐”는 단순한 불신의 차원을 넘어 “일제시대와 6·25를 겪으며 지도측량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준점을 망실해 버린 국가에서 어떻게 지도산업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겠느냐”는 자괴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GIS시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하청·재하청 관계로 인한 구조적 모순과 과당경쟁, 저가입찰, 덤핑수주 등 시스템통합(SI)분야의 오래되고 고질적인 병폐들을 가장 집약해 안고 있는 산업이라는 대목에서는 GIS업계 스스로도 정부를 향해 마냥 목소리를 높일 수만은 없다.
“정부가 그동안 국가 GIS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NGIS프로젝트나 공공근로 등을 통해 경쟁력없는 업체들까지 무작위로 지원한 것이 전체 GIS산업 경쟁력을 크게 후퇴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는 정부 관계자의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높은 효용성과 부가가치를 지닌 지도나 위치정보를 갖고도 인터넷시대에 맞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GIS업계 스스로도 인정해야 한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GIS분야의 벤처업체들이 지도정보가 인터넷시대에 가장 적합하고 유용한 콘텐츠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며 일반인과 투자회사의 주머니를 털어가던 것이 불과 1∼2년전 얘기다. “이제 일반인은 물론 벤처캐피털들조차 GIS업체의 얘기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도무지 믿으려 하질 않는다”는 한 GIS업체 사장의 푸념도 어쩌면 자업자득일지 모를 일이다.
이같은 구조적 모순과 불신속에서 최근 불어닥친 IT시장의 불황은 가뜩이나 허약체질인 중소 GIS업계에 직격탄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공공부문 GIS프로젝트의 극심한 기근현상은 중소 GIS업계를 최악의 경영위기상황으로까지 몰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 GIS업체들이 상반기 영업실적 공개를 꺼리는 상황에서 “올들어 순수 GIS프로젝트 수주로 1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회사가 드물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어떤 회사 홈페이지에는 월급을 내놓으라는 직원들의 항의성 메일로 서버가 마비될 지경”이라는 괴담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GIS산업 활성화를 소리 높인 지 이미 10년이고 이제는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위 전문가들의 지적 이전에 이미 국내 중소 GIS업계는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끝에 섰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