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로 한국EMC(대표 정형문)가 창립 6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스토리지 부문 수위업체인 한국EMC의 창립 6주년은 여느 기업과는 달리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외국계 기업으로는 드물게 지난 95년 설립 이후 연평균 80% 이상의 급성장세를 보였으며 이에 따라 창립시 3명이던 직원이 지난 97년 23명, 99년 105명이던 것이 올해는 마침내 321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창립 초기 정형문 사장이 사무실도 없이 호텔 커피숍을 전전하며 스토리지 영업을 시작해 6년 만에 32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표적인 IT업체로 키워냈다는 것은 거의 신화에 가깝다. 물론 HP·델·애플컴퓨터·넷스케이프·야후·AOL 등 주목받는 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 B2B 부문에서 성공적인 사례는 아직은 한국EMC가 유일하다고 할수 있다.
정형문 사장은 “한국EMC의 이같은 성장세는 시의적절하게 IT 흐름을 탄데다 미국 본사측의 끊임없는 기술개발, 혁신적인 마케팅이 주요인”이라며 “틈새시장에서 주력시장으로 성장한 스토리지시장은 한국EMC와 함께 앞으로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EMC는 창립 이후 이직률이 0%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이는 인력이동이 빈번한 IT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다. 정 사장이 사번 1번이며 고객서비스본부장인 송기복 부사장이 2번, 사장 비서가 3번 등 초창기 멤버가 그대로 있으며 이후 이달에는 사번이 320번까지 늘어났다.
이는 물론 직원에 대한 각종 지원책과 인센티브가 적절하게 제공되기 때문에 가능했다. 분기별 목표치를 100% 이상 달성할 경우 ‘클럽101’에 자동으로 선정되며, 원하면 가족과 함께 갈수 있는 본사 주최의 워크숍에 참가해 여가를 함께 지낼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창립 당시 불과 수십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을 6년 만에 4000억원 규모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정 사장은 이에 대해 직원들로 하여금 고객에 대한 존경심을 갖도록 마인드를 주입시킨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IT 주도기업이라 불리는 선발주자들이 기술독점력을 내세워 고객을 경시하던 풍토를 역으로 고객을 최우선으로 대하는 ‘고객 제일주의’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또한 각종 세미나를 개최해 각 기업의 전산담당자나 정보화책임자(CIO)·재무책임자(CFO)·최고경영자(CEO) 등을 초빙, IT 흐름에 대한 소개와 자사 제품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정 사장은 “앞으로도 한국EMC는 고객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고객을 최우선시 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며 “한국의 IT산업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더욱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