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장될 위기에 놓인 대학 또는 민간 연구소가 개발한 유망 신기술의 실용화에 적극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부출연연구소와 각 대학이 보유한 연구성과의 사업화 성공률이 10% 미만에 머물러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고 보면 기술사업화가 쉬워지고 활성화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 측면에서 71개 신규과제(스핀오프 분야 53건, 특허기술실용화 분야 18건) 사업자를 선정하고 총 개발비의 100% 이내에서 3년간 3억5000만원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힌 산자부의 신기술실용화사업은 의미있는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개발기술을 사업화하는 일이 용이하게 되면 기술개발→사업화→기술개발로 연결되는 산업기술혁신의 선순환 구조를 앞당기는 것은 물론 기업의 생산증가 및 무역수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번에 선정된 기술과제만 하더라도 사업화에 성공할 경우 오는 2004년에 수입대체효과 3700억원, 수출증가효과 1900억원 등 무려 40배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니 참으로 기대되는 사업이다.
더욱 긍정적인 것은 최근들어 우리의 기술정책이 연구성과 관리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막대한 R&D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유망 신기술이 사업화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은 엄청난 국가자원의 낭비라는 점에서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기술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아직도 선진국과 격차가 크다. 더욱이 IMF 이후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에 주력하고 기술개발부문 투자를 다소 늦추면서 선진국과 기술격차는 더 벌어진 것 같다.
산업경쟁력도 마찬가지다.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기술예산을 늘리면서 GDP대비 R&D 투자 비율이 선진국(미국 2.84%, 일본 3.06%)에 버금가는 2.46% 수준에 육박했으나 개발된 기술의 실용화는 선진국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다. 세계 4위권의 특허출원 대국이면서도 특허권을 확보한 이후 사업화되지 않고 사장되는 휴면기술이 56.2%에 이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정부도 연구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실용화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기술이전촉진법을 제정하고 한국기술거래소를 설립하는 등 기술사업화에 대한 종합적·체계적 제도를 마련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나타났듯이 2001년 우리의 과학기술경쟁력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회원국 등 세계 49개 국가 중 21위에 불과하다.
핵심기술이 기업 및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이 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기업을 둘러싼 제반활동은 물론 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출현속도가 빨라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기술개발과 이의 실용화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연구소의 캐비닛에 사장되어 있는 신기술의 숨겨진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차제에 대학 및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목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해 기업 및 국가의 무형자산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
<문미영기자 loom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