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국내 네트워크주에 또 하나의 악재가 날아들었다. 전세계 네트워크장비주의 대표선수인 미국의 시스코시스템스가 회계연도 기준으로 1분기(8∼10월) 실적전망을 어둡게 내놓았다. 7일(현지시각) 시스코시스템스의 재무담당 최고임원(CFO)인 래리 카터는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는 지난 4분기 대비 5∼0%의 매출감소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미국의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하는 1%대의 성장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이날 시스코시스템스를 비롯한 관련주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9일 국내 증시에선 시스코시스템스 실적 악화 전망으로 다산인터네트가 전날보다 1000원(4.50%) 하락한 2만1200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며 인성정보와 코리아링크가 각각 2.44%, 3.49% 하락하는 등 대다수 관련주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네트워크 관련 애널리스트들은 네트워크 관련업체들이 공급과잉으로 인한 재고조정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세계 정보기술(IT) 경기침체로 수요마저 위축되고 있어 네트워크산업의 불황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네트워크장비 시장은 지난해부터 수요침체와 판매가격 하락으로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진입했다. IDC에 따르면 IT부문 투자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전세계 네트워크장비 시장은 2350억달러에 이르렀으나 올해에는 통신사업자들의 설비축소 등으로 이보다 16.8% 줄어든 1995억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올 들어 세계적인 네트워크장비업체들의 실적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루슨트테크놀로지가 1분기(1∼3월)에 40억달러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는가 하면 시스코시스템스도 분기 기준으로 처음 적자를 냈다.
국내 네트워크 관련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장비수입과 생산확대를 추진했으나 SK텔레콤 등 일부 통신사업자를 제외하고는 내수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최근 동원증권에 따르면 코스닥등록 12개 네트워크통합(NI)업체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23.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경 동원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올해 국내 네트워크장비 수요는 지난해보다 25% 감소한 4조8000억원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체들도 장비수입과 생산규모를 30% 가량 줄일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IT 경기회복에 대한 뚜렷한 시그널이 나오지 않고 있어 업체들은 향후 6∼8개월이 지나야 겨우 지난해 재고물량을 소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내수시장 침체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관련업체들의 주가가 모멘텀을 마련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다산인터네트 등 올해 실적 호전 가능성이 높고 자체 기술을 보유한 일부 개별종목에 대해선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