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가 열띤 바닥권 공방속에 다시 조정국면으로 돌아섰다. 8일 삼성전자는 장중한때 6일만에 18만원대로 떨어지는 등 3000원 하락한 19만원에 마감됐고 하이닉스반도체는 삼성전자보다 낙폭이 커 70원 떨어진 1615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일(현지시각) 메릴린치가 반도체 산업이 최악을 지났다며 11개 반도체 업체의 투자등급을 상향조정한 지 1주일이 지나지 않아 CSFB가 7일 반도체 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과 함께 20개 반도체 업체에 대해 무더기로 투자의견을 하향조정, 다시 반도체주들의 약세가 초래되고 있다.
반도체 경기회복에 대한 논란속에 삼성전자, 인텔 등 세계 주요 반도체주는 물론 전세계 증시전체가 ‘일희일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D램가격 회복 등 반도체산업의 개선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주들이 급등락을 거듭하는 것은 반도체가 여타 정보기술(IT)산업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고려, 증시의 집중적인 관심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대표적인 경기민감주인 반도체주들은 일단 바닥만 확인되면 어느 주식보다 빠른 주가상승이 가능하다는 기대가 커 투자의견 보고서 하나에도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3분기 바닥 기대감은 높아=4분기가 반도체산업의 계절적 성수기고 윈도XP의 출시와 인텔의 펜티엄4 가격인하 등을 근거로 반도체 경기가 3분기에 바닥을 찍고 4분기에는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은 여전히 우세하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실물경기는 8, 9월경에 반도체, 특히 D램 부문 중심으로 바닥을 찍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9월부터는 윈도XP를 장착하는 PC부문에서 256MD램 반도체 수요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인텔의 펜티엄4 가격인하가 인텔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속에 전세계 반도체주들의 동반약세를 초래했지만 국내 D램업체에는 오히려 호재가 된다는 분석도 있다. 김영준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텔의 펜티엄4 가격인하가 인텔의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다른 반도체 생산업체들에는 D램 수요 진작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4분기의 계절적 수요에다 윈도XP, 인텔칩 인하 등이 맞물릴 경우 3분기가 반도체 경기의 바닥일 가능성은 높아보인다”고 밝혔다.
◇D램수요를 고려, 본격적 회복은 내년 이후에나=대다수의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4분기 특수를 고려한다해도 반도체 종목의 주가나 산업이 V자형 상승세보다는 U자형의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반도체 수요에 대한 긍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PC시장과 D램 시장의 회복을 단언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5월경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D램업체들의 감산 등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반도체 시장의 가파른 상승세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교보증권과 메리츠증권도 최근 반도체시장의 본격적 상승세는 내년 2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편 일부 비관적인 애널리스트들은 계절적 요인에 의한 4분기 반도체시장의 반등이 있더라도 내년 1분기에 다시 반도체시장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당분간 박스권내에서의 등락 지속=주가는 당분간 박스권내에서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외국인들의 9일 연속 집중 매수에도 불구, 20만원 위로 올라서는 데 번번이 실패하는 등 16만원과 20만원 사이에서 등락만 거듭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추세적인 상승이나 하락으로 방향을 잡기보다는 단기적인 급등락만을 나타내고 있다.
임홍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속적인 반도체 바닥 공방속에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들의 주가가 크게 흔들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일정한 박스권내에서 제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쪽에서 가시적인 회복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주가 역시 박스권내에서의 등락만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