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는 중남미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와의 교역량이 가장 많은 국가다. 2000년도 교역량이 25억달러를 넘었으며 무역수지 흑자도 무려 20억달러 가까이 기록하고 있다. 미국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는 미국의 극심한 경기침체 여파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여기에 진출한 한국기업들도 요즘 사정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멕시코는 500억달러를 투자하는 국가정보화 프로젝트인 ‘e멕시코’를 추진하는 등 IT분야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어 IT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로서는 중요한 교역국으로 분류된다.
멕시코 인구는 이미 1억명을 넘었으며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 이상일 정도로 지난 94년 외환위기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물론 2000년 말부터 시작된 미국 경기 하락으로 2001년 경제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최근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분야는 상대적으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하드웨어=멕시코에는 IBM·HP·컴팩·에이서 등 세계 굴지의 컴퓨터 생산업체가 진출, 멕시코 컴퓨터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립PC에 대한 수요가 확산되면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유명 브랜드 컴퓨터를 조금씩 밀어내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00년 말 기준으로 멕시코 PC시장은 약 175만대 규모를 형성, 매년 25% 정도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들어 삼성전자 등 한국산 휴대폰이 세련된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에 힘입어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소프트웨어=멕시코 소프트웨어시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불법 복제제품이 거의 99%에 육박할 만큼 범람했다. 멕시코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으로 최근 그 비율이 60%대로 낮아졌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불법복제 제품 비중으로 인해 멕시코에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거의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로투스와 코렐이 쫓고 있지만 격차는 매우 크다. 각종 솔루션이나 SI시장 역시 외국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멕시코업체의 점유율은 미미하다.
◇통신=멕시코의 통신시장 규모는 연간 약 115억∼15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선통신시장은 오랫동안 텔멕스가 독점체제를 유지하다가 지난 97년 정보통신위원회가 통신시장의 독점 개방을 결정하면서 소규모의 장거리 유선통신회사들이 속속 등장했다. 특히 무선통신시장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최근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은 7, 8% 인구만이 휴대전화를 소지하는 정도로 보급률이 낮지만 시장잠재력이 커 세계 굴지의 무선통신업체들의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5년 68만명이던 이동통신가입자수는 2001년 1분기 현재 1억5500만명으로 늘어났으며 올해 말에는 1억8500만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e비즈니스=멕시코의 인터넷 이용자수는 2000년 말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약 3% 수준인 2900만명 정도로 아직 초기시장 형성 단계에 있다. 2004년 정도에는 인터넷 인구가 9500만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인터넷 이용자가 3% 수준인 관계로 전자상거래 역시 아직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150만개 업체 중 단 3000개 대기업만이 전자상거래를 이용하고 있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그러나 열악한 상황에서도 전자상거래에 대한 준비는 일부 선진업체를 중심으로 차근히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 B2B보다는 B2C가 활성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망 진출분야=컴퓨터 보급률이 증가하면서 주변기기의 수요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또 민간기업은 물론 정부차원에서도 각종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정보통신인프라 분야도 유망하다. 특히 최근 발표된 e멕시코 프로젝트에 우리업체들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현재는 미국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진출이 가능한 시장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진출전략=멕시코는 무엇보다도 가격시장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보유 여부가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멕시코의 정보통신 시장은 멕시코가 미국·캐나다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인해 관세혜택을 보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거의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가격제시가 매우 중요하다. 또 전국적인 판매망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유력 에이전트를 우군으로 만드는 것도 필요한데 이들과 거래할 때는 기술력, 완벽한 카탈로그, 프레젠테이션 등 능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접촉 단계부터 철저한 사전준비가 중요하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