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무역결제 대행 서비스 각광 은행권으로 `중심축` 대이동

 인터넷 무역결제를 둘러싼 업계의 행보가 국내 은행권이 주도하는 ‘장기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B2B 붐을 타고 국내시장 진출을 선언한 해외 전문업체 트레이드카드·V트레이드(비자인터내셔널) 등이 지금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대신, 한빛·외환·조흥 등 시중은행권은 아이덴트러스·볼레로 등 다국적 은행 컨소시엄이 구축한 B2B 결제서비스의 현지화에 주력하는 추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진출을 시도한 인터넷 무역결제 일괄대행서비스 업체 트레이드카드코리아(대표 박병모 http://www.tradecard.co.kr)는 1년여가 지난 최근까지도 온라인 서비스를 개통하지 못했다. 당시 마스타카드인터내셔널·조흥은행과 제휴 아래 LG상사·SK글로벌·세계무역센터인포텍(WTCI) 등이 지분 출자를 통해 합작법인을 설립했지만, 지금까지는 SK글로벌을 대상으로 종전 오프라인 방식의 무역결제 대행사업을 시범적으로 제공하는데 그쳤다. 트레이드카드코리아는 이달중 SK글로벌 등을 대상으로 인터넷 방식의 온라인 무역결제 대행서비스를 처음 도입할 계획이다.

 비자인터내셔널이 지난해 삼성카드와 도입을 추진했던 무역결제 상품 ‘V트레이드’도 사실상 접은 상태다. V트레이드는 비자의 글로벌 네트워크인 ‘비자넷’을 기반으로, 신용장 개설 등 제반 무역결제 업무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위해 추진, 한때 법인설립도 검토했지만 사실상 용도 폐기된 실정이다. 비자는 특히 무역 B2B의 인터넷 결제서비스는 사실상 시기상조라고 판단, 싱가포르·대만·홍콩 등 한때 검토했던 국가간 공동 프로젝트도 철회하는 것으로 B2B 결제정책을 선회했다.

 이처럼 인터넷 무역결제 서비스가 정착되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현행 무역결제 관련 업무절차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전통적인 문서처리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다, 당초 예상에 비해 B2B시장 성장속도도 더디기 때문이다. 여기다 트레이드카드 등 인터넷 무역결제 대행 전문업체들의 수수료 수준도 상당히 높아 은행권이나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부 전문업체에 무역결제 관련 업무를 전부 위탁할 경우 은행의 무역금융 업무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는데다 적지않은 수익원을 놓칠 수도 있다”면서 “은행들은 나름대로 주도권을 쥐면서 환경변화에 맞춰 서서히 B2B 결제환경을 갖추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이후 한빛·외환·조흥 등 3개 대형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는 세계 은행들의 연합체인 아이덴트러스나 볼레로 등이 B2B 무역결제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은행권이 중심이 된 무역결제 서비스 체계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주요은행들이 공동 지분출자 등을 통해 설립한 이들 B2B 결제서비스는 △아이덴트러스가 인증 및 신용평가를 △볼레로가 전자문서교환(EDI) 서비스를 각각 제공하는 등 총체적인 지불 서비스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3개 주요 시중은행을 비롯한 대다수 국내 은행권은 우선 아이덴트러스 가입을 계기로 인증시스템을 갖춘 뒤, 볼레로 등과의 연계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국내외 인터넷 무역결제 환경은 전문대행업체의 급속한 위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은행권 중심의 서비스에 무게가 실려갈 것으로 보인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