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기자 김군성 일본 배낭여행기

 둘째날 아침 식사를 든든하게 먹고 열차를 타고 사세보의 하우스텐보스로 향했다.

 하우스텐보스역에 내리는 순간 ‘와우!!’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동화 속에서나 봄직한 네덜란드의 정경이 화창한 날씨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바삐 걸음을 옮겨 여기저기 다니면서 네덜란드의 경치도 즐기고 일본인들의 기회를 성공으로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테마파크 곳곳에 숨겨져 있는 일본인들의 아이디어는 방문하는 관광객들로 하여금 기분좋게 즐기게하고 그 만큼의 대가를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듯했다.

 공중예절을 잘 지키는 그들의 모습 또한 놀랐다. 서두르는 법 없이 여유있는 자세는 일본을 여행하는 내내 한 번도 뛰지 않고도 제시간에 움직일 수 있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어둑어둑 해질 무렵에야 하우스텐보스를 거의 다 둘러볼 수 있었다. 오늘 하루의 느낌은 그곳의 거대함, 그와 조화를 이룬 세심함, 그리고 철저한 서비스 정신을 통해 즐기기 위한 단순한 개념의 테마파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가사키를 둘러보기로 한 셋째날은 돌아볼 일정이 빡빡한 관계로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렀다. 끊임없이 흐르는 땀과 진을 빼는 듯한 더위 때문에 주저앉고 싶었지만 3일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기 위해 악착같이 움직였다.

 원자 폭탄이 떨어진 곳. 그래서 폐허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내게 나가사키는 정말 볼거리가 많은 도시였다. 우리나라의 경주를 다니는 듯한 정적인 분위기의 나가사키는 다니는 곳곳이 유적지요 관광 명소였다. 처음 찾은 성인순교지는 자그만 공원을 연상시키는 곳으로 인적이 뜸해 잠시 쉬어가며 생각에 잠기기엔 정말 좋았다. 원폭이 투하된 곳에 만든 평화공원은 과연 이곳에 그렇게 엄청난 일이 일어났을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평온했다. 어마어마한 동상앞에서 동상과 같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으며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연출했지만 잠시 숙연해지는 듯한 엄숙함이 먼저 느껴졌다.

 유독 고전 유물이나 종교적 관광 명소가 많은 이 곳은 전체적으로 차분한 도시였다. 어쩌면 원폭 투하지였다는 슬픈 역사적인 배경 때문에 도시 전체의 분위기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니는 내내 보고 싶은 곳이 많았고 일본 역사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던 곳이였다.

 넷째날, 여전히 푹푹 찌는 듯한 날씨는 변함없었고 피부는 그새 까맣게 그을려 따가웠다.

 아침 일찍 사세보역에서 기차를 타고 조용한 도시 쿠마모토에 도착했다.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미로 같은 길을 따라 올라가니 어마어마한 성이 보였다. 미로처럼 꼬인 길과 계단을 올라 꼭대기에 다다라 사진을 찍기 위해 본 렌즈 속 풍경은 그림 같았다.

 성터를 둘러보고 아쉬움을 남긴 채 다음 목적지인 아소산을 향해 출발했다. 제주도 한라산의 평원 같은 넓은 대지를 쳐다보며 산중턱에 있는 휴게소에 다다랐을 때 분화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스 냄새가 코끝에서 느껴졌다. 마음 같아선 케이블카를 타고 아주 편하게 산 정상에 오르고 싶었지만 너무도 비싼 요금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걸어 산 정상에 올랐다. 더위에 지칠 때면 노래를 부르고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젊다’를 외며 스스로를 달랬다.

 20분을 걸어 도착한 정상의 모습은 말이 필요없었다. 학창시절 지구과학책에서 보았던 화산의 모습이 바로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용암의 색깔은 에메랄드빛이었다. 뿌듯함과 신비로움이 교차되어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아소산 관광을 마치고 아소에서 오이타로 향하는 열차를 타고 또다시 오이타역에서 벳푸행 열차를 타고 드디어 온천의 명소 벳푸에 도착했다. 빠듯했던 하루 일정 때문에 숙소를 찾아 체크인을 한 후 벳푸 야경을 보기 위해 시내로 나섰다. 그야말로 벳푸시는 전체가 온천 도시였다. 건물 곳곳에 온천이 보였다. 아소에서 만났던 한국인 아줌마(?) 관광객들과도 또다시 만나 마치 그 일행들과 함께 온천관광을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숙소 주변을 대충 둘러본 후 내일 일정을 머리 속으로 계획하며 힘찬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다.

 <명예기자=김군성·부경대 starnar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