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프로그램 등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와레즈’의 인기가 주춤하고 사업자 서버를 거치지 않고 파일 등을 공유할 수 있는 P2P(Peer to Peer) 서비스가 새로운 프로그램 유통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와레즈 사이트 이용자는 급감하는 대신 인스턴트 메신저·웹하드 등 P2P 플랫폼 기반 서비스 이용자가 크게 느는 ‘반사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과 맞물려 와레즈 사이트에 대한 집중단속이 시작되고 일부 사이트의 경우 강제폐쇄되거나 자진해서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어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중반 당국의 불법 프로그램 단속이 시작된 후 일부 와레즈 사이트 운영자가 조사나 경고조치를 받으면서 서비스 자체는 물론 이를 이용하는 네티즌도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한때 3000여개에 달하던 사이트 가운데 이미 20∼30%가 문을 닫거나 무료파일 위주로 서비스 내용을 변경했으며, 이를 이용하는 네티즌도 지난해보다 평균 30∼4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반면 당국의 단속이 어렵고 네티즌이 보다 손쉽게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P2P 서비스는 눈에 띌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P2P 서비스 가운데 인스턴트 메신저나 웹하드와 같은 서비스는 최근 사용 현황이나 가입자 면에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들로는 인스턴트 메신저 분야에서 미국 AOL의 ‘ICQ’와 드림위즈의 ‘지니’, 웹하드서비스 분야에서 심마니의 ‘팝데스크’ 등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니’의 경우 월사용자가 지난 5월 38만명에 이어 6월에는 50만명, 7월에는 70만명을 넘어섰다.
메신저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신저를 비롯한 P2P 서비스의 이용률이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배경을 모두 와레즈 사이트의 침체로 보기는 어렵지만 일정부분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며 “P2P 서비스의 특성상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와레즈’는 정품 소프트웨어의 암호를 풀어 사용제한을 없앤 프로그램이나 음악파일 등을 무료로 내려받는 행위나 이를 모아놓은 사이트를 의미한다. 지난 80년 PC통신 사설게시판과 맞물려 활성화됐으며 사이트 이용이 가장 활발한 것이 한국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와레즈(warez)라는 말은 영어 문장 ‘Where it is’를 소리나는 대로 표기한 일종의 조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