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CALS `암초` 만났다

 산업자원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업종별 B2B 시범사업 중 조선업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산자부가 최근 ‘표준화 품목을 확대하고 업체 분담금을 정부지원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분담하지 않으면 2차 시범사업을 중단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산자부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조선소들은 ‘표준화 품목을 확대하고 각 사마다 1000만원의 예산을 추가부담하겠다’는 입장을 정했으나 산자부에서는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완강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난항이 예상된다.

 ◇하려면 제대로 하라=산자부의 이번 요구는 시범사업이 이대로 추진돼서는 안된다는 분명한 입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업자들이 제출한 2차 시범사업안대로라면 6억원의 정부지원금과 조선 4사의 현물 및 현금출자 등 총 1억2000만원(각 사당 3000만원)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이 정도 예산으로는 상용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 하나마나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산자부는 ‘업계가 최소한 상용시스템을 만들 의지를 보여주고 이를 믿을 만한 출연금을 내지 않을 경우 사업을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자부는 최소한 민간 출연금이 2억∼2억5000만원선이 되는 타업종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CALS 사업본질이 무엇인가=이에 대한 조선소들의 입장은 우선 CALS 사업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선소가 정리한 공통입장에 따르면 “시범사업은 조선 e마켓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콘텐츠와 기능을 개발하는 것인 만큼 e마켓 시스템 기능 자체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는 전제 아래 “선박설계 및 건조를 위한 원가절감 요소지원 기능들을 별개 시스템으로 가동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즉 이번 시범사업은 이런 기능의 설계, 개발 및 검증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2차연도에 큰 예산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회기중인 2차연도에 급격한 확대 출자가 어려운 만큼 ‘에너지·자원기술개발사업 관련 법령 및 규정에 명시된 정부와 민간기업간 비율’에 따라 3차연도에는 정부와 민간 모두 확대 출자하자는 견해다.

 ◇풀어야 할 과제=겉으로 드러난 산자부와 조선소의 이같은 대립이면에 있는 불신의 벽이 높다. 우선 산자부에서 e마켓 구축 무산을 시범사업으로 연결짓는다는 견해다. 사업자들은 두 가지 사업이 엄연히 별개임에도 산자부에서 ‘e마켓 구축이 무산됐는데 시범사업을 계속해야하느냐’는 말을 공공연하게 유포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조선소들도 사업에 대한 의지를 좀 더 보여줘야 한다. 일부 사업자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사업 실효성에 의문이 들게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조선산업은 2년 전부터 세계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이 그 뒤를 바싹 쫓고 있다. 만일 조선업종 B2B시범사업이 중단될 경우 산업 경쟁력 제고가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에서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뒷걸음칠 수밖에 없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CALS 시범사업은 다른 선진 기업에서 모두 추진하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꼭 해야 할 사업이고 개별 기업이 하는 것보다 공동사업이 효과적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냐”며 “정부나 사업자 모두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한발씩 물러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