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킹>계좌 없어도 e메일로 송금

 인터넷 업체 아쿠아솔루션의 웹 기획자 정선봉씨(30)는 올 초 자신의 결혼식을 위해 제작한 홈페이지에 e메일 뱅킹 서비스로 축의금을 접수하는 이벤트로 업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다양한 전자금융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생활이 편리해지는 가운데 인터넷이 결혼 축의금 접수로까지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 e메일이 단순한 커뮤티케이션 도구에서 벗어나 인터넷 전자결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e메일 뱅킹은 상대방의 계좌를 모르더라도 e메일을 통해 자동으로 현금을 입출금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가장 기본적인 송금 서비스 외에 청구 및 결제, 모금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또 공동으로 구매신청을 할 경우 물품의 갯수에 맞춰 인원수를 설정하고 가격을 정하면 그 외의 금액을 입금하거나 인원수가 초과할 경우 입금이 거절돼 돈을 환불하는 등의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이 소액을 송금하는 동문회나 경조사 등의 대금지불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 메일을 주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하는 대학 동문회에서 아주 인기가 높다. 현재 아주대 총동문회와 한성대 총동창회, 동국대, 단국대 등의 법인 및 단체가 동문회 회비 수납용으로 e메일 뱅킹을 활용하고 있다.

 e메일 뱅킹은 금융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온라인 결제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e메일 뱅킹 사이트 페이팔닷컴은 65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금액은 하루에 20만건, 거래금액만도 900만달러에 달한다. 국내의 경우에도 3∼4개의 시중은행과 10여개의 닷컴 기업들이 e메일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e메일 뱅킹은 아직 도입단계다. 주택·신한·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시범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주택은행은 엔페이코리아와, 신한은행은 머니메일과 각각 제휴를 맺고 지난해 12월부터 e메일 뱅킹을 실시중이며 하나은행은 페이레터와, 광주은행은 네오위즈와 함께 e메일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 주택은행의 e메일 뱅킹 서비스는 개인용과 단체용으로 구분되며 송금·청구·결제·쇼핑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다수의 수취인 앞으로 일괄송금 및 일괄청구가 가능해 경매 사이트 또는 인터넷 상점에서 판매자와 구매자간의 e메일 결제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과 머니메일이 공동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모르더라도 e메일이나 이동전화로 송금해주는 방식이다. 송금자는 신한은행 홈페이지나 머니메일에 접속해 회원에 가입한 후 송금 서비스에 들어가 수신자의 e메일 주소와 원하는 금액을 입력하면 발송된다.

 e메일 뱅킹과 더불어 온라인 고객관계관리(eCRM)도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첨단 금융 서비스 중 하나. 최근 인터넷 뱅킹 사용자층이 크게 늘고, 고객의 증가와 비례해 차별화된 개인별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최근 은행권이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은행권은 eCRM을 통한 고객 성향 분석으로 다양한 형태의 맞춤금융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택은행은 지난 10일 eCRM을 적용해 개인화 기능을 대폭 개선한 홈뱅킹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이 은행은 자사 인터넷 뱅킹의 주고객층을 20∼30대 직장 남성 고객과 여성 고객, 잠재 고객인 20대 대학생 등 고객별로 세분화시키고 그룹별로 된 포커스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개인 고객, 기업 고객별로 사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기능이나 서비스, 상품,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메뉴 분류를 재구조화해 획일적이라는 지적을 상당부분 해소시켰다.

 신한은행도 콘텐츠와 뱅킹 거래를 통합한 형태의 eCRM을 구축할 계획이다. 즉 eCRM 기반 위에서 뱅킹 거래가 이뤄지도록 해 고객이 은행 사이트에 접속하면 개인 계좌 정보, 신상 정보 등에 따라 콘텐츠 배열을 다르게 한다는 전략이다.

 이 외에도 국민은행은 올 초 eCRM을 오픈하면서 대화형·회원 로그인 환경으로 웹사이트를 전면 개편했다. 특히 개인 고객에게 꼭 맞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1대1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했고 고객 요구에 따라 인터넷 대출 상품 선택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용고객은 비록 적지만 모바일 뱅킹도 은행권이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첨단 서비스 중 하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현재 17개의 은행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다음달중 기업은행과 서울은행이 서비스를 추가함으로써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은 총 19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표참조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면 예금 조회나 거래명세의 조회, 자금이체의 경우 이동전화를 이용해 100% 처리할 수 있다. 또 대부분의 은행이 현금 서비스 기능을 제공하며 수표조회나 환율조회 서비스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아직 은행권의 서비스 사례는 없지만 개인휴대단말기(PDA)를 이용한 개인재무관리시스템(PFMS) 서비스도 인터넷 업체들을 중심으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계좌통합관리 솔루션 업체 핑거는 은행과 증권·카드사의 계좌 조회 및 거래승인 내역 조회를 할 수 있는 PDA용 PFMS 데모를 개발했다. 이 외에 조이닷컴과 퓨처그룹도 PDA용 PFMS 개발을 위한 기술검토 작업을 진행중이다. 두 회사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가 확산되는 내년께는 PDA용 PFMS를 제품화해 보험사 설계사들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펼칠 방침이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