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의 파고는 KBS·MBC·SBS 등 지상파방송을 덮치고 이제 케이블TV에까지 밀어닥치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대세인 ‘디지털’ 흐름 속에 케이블TV, 특히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프로그램공급업자(PP)들은 완벽한 디지털방송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PP들 중에서도 디지털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최근 신규 채널을 개국한 복수PP (MPP)들이다.
단일PP보다 복수PP들이 디지털 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신규 설비 증설시 아날로그를 선택할 이유가 없어서기도 하지만 향후 채널 추가시 큰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방식의 경우 테이프를 교체해주는 카트머신이나 녹화기 등을 채널이 늘어날 때마다 추가해야 하지만 디지털시스템은 한번 구축해 두면 서버에 모듈을 추가로 꽂는 것만으로 대부분의 작업이 완료된다. 자동화된 시스템으로는 적은 인원으로도 다수 채널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지난해 11월 신사옥 매경 미디어센터 입주와 동시에 국내 최초로 풀 디지털방송을 개시한 매일경제TV(MBN)는 이러한 디지털방송의 장점을 최대한 누리고 있다.
MBN시스템의 핵심은 송출전용 서버를 도입해 테이프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프로그램 콘텐츠를 파일 형태로 대용량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자동으로 송출하는 것이다. 이 서버는 현재 이 회사가 운영 중인 MBN과 매일경제증권TV(MBNs) 외에도 제3, 제4의 추가 채널까지 감당할 수 있다.
특히 MBN은 아비드사의 비선형편집기를 도입하고 아날로그 편집 방식에 익숙한 실무진들이 이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비선형시스템은 대용량 서버에 저장된 영상자료를 다수의 편집자가 동시에 불러 쓸 수 있는 첨단 편집기로 편집 시간을 최소화하고 고화질을 구현한다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에서는 편집자들이 아날로그 방식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다소 가격이 고가라는 이유로 도입이 늦춰졌었다.
보도정보시스템망의 구축으로 데스크와 영상편집팀, 아나운서 등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보다 빠른 실시간 뉴스 전달이 가능해졌다는 것도 눈에 띄는 장점이다.
음악채널 m.net은 지난해 상반기 송출 시설을 모두 디지털로 전환한 데 이어 신규 채널인 룩TV 개국시 송출 및 제작 장비를 풀디지털로 구축한 바 있다. 이 회사는 단순히 m.net뿐만 아니라 요리채널 등 채널이 늘어나고 올해말 위성방송에 본격 참여할 것에 대비해 디지털 통합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
이 회사는 방송 SI업체인 씨아이에스테크놀러지에게 95년부터 통합방송정보시스템(iBIS:integrated Broadcasting Information System) 구축을 의뢰해 프로그램 편성에서부터 뮤직비디오 자료검색, 큐시트 작성, 송출, 피드백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단일 프로세스상에서 비디오 서버를 중심으로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성했다.
특히 이 회사는 위성방송 참여로 멀티채널 송출이 이루어질 경우 아날로그 방송시스템과 인력 등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방송 모듈간 통합 자동화 구현으로 운영인력을 최소화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m.net 1개 채널을 6명이 운영했으나 현재 신규 채널을 포함해 3개 채널을 자체 기술인력 10명만으로 순환업무할 수 있을 정도이다. 또 시설 운영비를 75% 줄이고 장비 설치 면적은 4분의 1로 축소하는 효과도 얻었다.
향후 m.net은 90억∼100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해 2005년까지 모든 시스템을 풀 디지털화하고 위성 채널이 추가되면서 비디오 서버의 용량을 최대 2배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상반기 제일제당측이 인수한 NTV도 지난해 연예정보채널 개국과 함께 기존에 별도로 운영되온 비디오·오디오 시스템을 통합해 디지털 시스템으로 교체했다.
이 회사는 이 시스템 구축으로 생방송 녹화때마다 CM을 재편집하지 않고 주조종실에서 모든 업무를 관할하게 됐다.
PP가운데 가장 먼저 디지털 방송 시스템을 구축한 아리랑TV도 케이블 디지털방송의 첨병으로서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사는 이미 98년 5월부터 케이블TV망을 활용해 데이터방송의 일종인 문자방송 서비스를 실시해왔다.
이 서비스는 인터넷으로 제공하고 있는 영문기사 데이터나 별도 문자정보를 방송영상신호에 실어 캡션 VTR 등을 보유하고 있는 각 가정에 전달하는 서비스로 이를 위해 방송편집설비의 디지털화 작업을 완료했다.
또 같은해 7월에는 취재와 편집은 물론 더빙, 송출 등 뉴스제작과 관련된 전 작업을 테이프없이 처리하는 ’아리랑 뉴스시스템’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프로그램자동송출시스템(APC), 비선형편집기, 편집에 필요한 자료화면을 클라이언트 컴퓨터에 전송하기 위한 파이버(Fibre) 채널 네트워크 등으로 구성돼 있어 인력과 비용 차원에서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LG홈쇼핑·39쇼핑처럼 생방송이 대부분인 채널들은 제작 작업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로 처리하기도 한다. 특히 39쇼핑은 최근 NTV로부터 인수한 방배동 신사옥으로의 이전을 마치면서 보다 향상된 디지털방송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러나 5개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MPP인 온미디어는 현재까지 디지털방송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신규 채널인 온게임넷의 경우 제작과 송출 작업을 모두 디지털로 처리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디지털방송시스템 착수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온미디어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단 온미디어뿐만 아니라 1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군소PP들의 경우 재정적인 능력이 부족해 디지털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이들은 그동안 고수해왔던 아날로그시스템을 현 시점에서 특별히 디지털로 교체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사례도 있다.
MBN 관계자는 “위성PP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기존 케이블 사업만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사업자는 굳이 지금 디지털방송을 구축하지 않아도 사업 전개에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