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방송의 디지털화는 위성방송 분야를 시작으로 지상파, 케이블 방송 등의 순서로 확산돼 왔다. 특히 지역적으로는 미국이 가장 먼저 디지털 방송을 시작했다. 유럽 지역에서는 영국이 가장 앞서 있으며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지에서도 상당 수준의 디지털화가 이루어졌다. 아시아 지역의 경우 일본이 가장 먼저 디지털방송을 개시했으며 호주는 올초 디지털방송을 시작했다.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 국가의 디지털 방송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
디지털 위성방송의 경우 1994년 미국에서 디렉TV가 세계 처음으로 방송을 개시했다. 이어 97년에는 TCI사가 디지털 방식의 케이블TV 방송을 시작했으며 98년 11월부터는 지상파의 디지털방송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방송을 시작한 종주국이며 질적·양적 측면에서 디지털방송의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디지털 위성방송의 경우 프로그램의 품질 향상, 채널의 다양화, 고객 서비스의 지속적인 향상 등을 통해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사용자가 디지털 위성방송에 장기간 가입할 경우 방송 수신에 필요한 하드웨어 및 설비는 물론 시청료 등을 파격적으로 낮게 책정해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시청자를 디지털 유료 방송 서비스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디지털 테크놀로지 컨설팅 앤드 스크린 다이제스트(이하 DTCAS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내에서 디지털 위성방송을 시청하는 가정은 1400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는 1600만 가구로 늘어나고 2003년 1800만 가구를 넘어 설 것이란 전망이다.
위성방송에 비해 늦게 스타트한 케이블TV는 기존 사용자를 디지털로 옮기면서 케이블 가입자 자체를 늘리는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방송 전문가들은 기존의 아날로그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디지털 케이블TV가 여러 방면에서 장점이 많아 향후 디지털 케이블TV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DTCASC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디지털 케이블TV를 시청하는 가정은 지난해 700만 가구 정도였으나 올해는 1000만 가구를 넘어서고 2004년에는 2000만 가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2005년에는 디지털 케이블TV를 시청하는 가정이 2359만7000가구로 디지털 위성방송 시청 가구수(1799만4000 가구)보다 많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지상파 분야에서도 디지털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98년 당시 뉴욕,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디지털방송을 시작했던 지상파 방송사들이 점차적으로 방송 대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2000년말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가시청 지역(coverage)은 62%를 넘었으며 410여 개의 개별 방송국들이 디지털 전송 시스템을 구축중이며 306개의 방송국이 디지털방송 허가를 받았다.
디지털방송의 척도라 할 수 있는 디지털TV 수상기의 보급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가전협회(CEM)에 따르면 2000년에는 디지털TV가 60만대 정도 보급되는 데 그쳤으나 2003년경에는 1000만대의 수상기가 보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미국은 2005년경에는 전체 미디어 시청 가구의 3분의 1 정도가 디지털방송을 시청하는 디지털 방송의 왕국으로 바뀔 것이란 관측이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