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트톱박스의 보급대수는 대략 디지털TV 보급대수의 70% 수준으로 예측되고 있다. 데이터퀘스트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시장은 지난 99년 약 2000만대 수준에서 2001년 3600만대, 2002년 4600만대, 2004년 7000만대 수준으로 연평균 26%의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액기준으로는 지난 99년부터 2004년까지 연평균 14.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지털 방송 초기에는 무료수신방식(FTA:Free To Air)의 제품이 많았으나 현재는 수신자제한시스템(CAS:Conditional Access System)을 탑재한 제품이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방송이 더욱 발전되면 양방향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고부가 제품의 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지상파TV용 세트톱박스=디지털TV를 구입했다고 해서 디지털방송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나와 있는 디지털TV의 95% 이상은 세트톱박스를 갖추지 않은 레디형 제품으로 지상파 디지털TV 방송을 보려면 디지털TV 세트톱박스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
가전 3사가 디지털 방송을 앞두고 지상파용 세트톱박스를 속속 출시하는 한편 해외업체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다기능 복합형 세트톱박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디지털 방송 초기엔 디지털TV 대비 세트톱박스 물량이 월등히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시장조사기관들이 내놓은 세계시장 추이를 보면 오는 2005년까지 디지털TV 누적보급대수는 5500만대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에 이 기간동안 디지털TV 세트톱박스 누적보급대수는 무려 3억1000만대를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고선명(HD)급 디지털TV 세트톱박스(모델명 SK011T)를 국내 출시한 데 이어 DVD와 인터넷·게임 등 여러가지 부가기능을 채용한 콤보형 세트톱박스 시제품 개발을 끝내고 상품화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D급 지상파 디지털 방송은 물론 아날로그TV 및 케이블을 통해 전송되는 디지털 방송도 수신할 수 있는 디지털TV 세트톱박스(모델명 SIR-K150)를 출시했으며 미국 테라로직과 기술제휴를 맺고 PVR·홈네트워크·MP3 등 다양한 부가기능을 지닌 세트톱박스를 개발중이다.
대우전자는 업계 처음으로 TV는 물론 PC모니터로도 고화질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HD급 디지털세트톱박스(모델명 DSD-9210)를 개발, 경쟁사 제품(130만원)보다 저렴한 95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위성방송용 세트톱 박스=90년대 중후반 영국·미국 등 선진국들이 디지털 방송을 실시함에 따라 국내업체들의 디지털 세트톱박스 수출이 본격화됐다. 위성방송용은 삼성전기·휴맥스·현대디지탈테크·한단정보통신·AMT 등 전문업체들이 생산하고 있으며 지상파방송용은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과 일부 중소기업에 미국방식 및 유럽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국내 세트톱박스 시장은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이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올 연말부터가 본격적인 서막인 셈이다. 지난 10일 제한수신시스템 등을 내장한 경제형 수신기 30만대에 대한 공개입찰이 치러졌는데 현대디지탈테크·휴맥스·삼성전자가 각각 15만대, 9만대, 6만대씩을 공급키로 최종 낙찰됐다.
그러나 내년부터 디지털 위성방송이 본격화되면 양방향TV 기능의 고부가 세트톱박스 수요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의 서비스 사업자 유치가 이달 안으로 완료되고 사업자들의 활동이 본격화되면 국내 유통시장을 겨냥한 세트톱박스 공급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