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침체 여파로 최악의 불황에 빠져 있는 반도체 소자 및 관련 장비업계가 다양한 인건비 절감책을 도입, 운용하고 있다.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업계가 내놓은 방법은 부서통폐합 후 인력 재배치, 교대근무제 확대, 근무일수 축소, 장기휴가 권장, 해외연수 대상확대, 안식월 제공 등이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소자 및 장비업체들이 감원이라는 극단적인 방법보다는 인건비 절감 등의 경영합리화 방안을 채택하게 된 것은 지난 IMF 시절의 쓰라린 경험 때문. 업체들은 IMF 당시 감원을 통한 사업 구조조정으로 숱한 휴유증을 겪어야 했다. 호황기에 대비한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는 데 차질을 빚어 외국 경쟁사에 뒤지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직원들의 사기저하로 조직충성도가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더구나 감원 피해의식을 갖게 된 직원들이 벤처붐에 편승, 대거 이탈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따라서 반도체 소자 및 생산장비업체들은 감원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인력이용의 효율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황=앰코코리아는 이달 초부터 8600여명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달 초부터 연말까지 한달씩 번갈아가며 쉬는 순환휴직제를 도입했다. 칩팩코리아 역시 지난달부터 전직원 대상 1주일 순환휴직을 실시중이며 아남반도체를 포함한 대부분의 소자업체들은 장기불황에 대비해 연내에 순환휴직제를 실시하기로 확정하고 시기선택을 고민중이다.
올들어 연월차를 묶어 한꺼번에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것도 보편화되고 있다. 예년에는 여름휴가와 연차를 묶어 10일 이상의 장기휴가를 가는 것은 눈치가 보여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올해의 경우는 다르다.
반도체 소자업체 가운데 ASE코리아가 공식 여름휴가인 3일 이외에 연월차를 함께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주성엔지니어링·한국디엔에스·성원에드워드 등 거의 모든 장비업체들이 이 방식을 채택했다. 일부 업체는 10년 이상의 장기근속자에게 1개월 동안의 안식월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외국계 장비업체들은 국내 지사의 유휴인력을 수출하거나 기술습득 차원에서 장기간 연수를 보내는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코리아는 올들어 월 평균 100명 가량을 대만이나 중국 등에 있는 관계 회사에 지원, 연초부터 지금까지 연 인원 600명의 인력 및 비용절감효과를 거뒀다.
동경엘렉트론코리아는 엔지니어의 15% 가량을 일본·미국 등의 관계 회사에 2∼3년 과정으로 파견하고 있으며 성원에드워드 역시 대만·일본·싱가포르 등에 직원을 1∼2개월씩 파견, 정보기술 습득을 유도하고 있다.
아큐텍반도체기술은 2교대에서 3교대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인건비를 절감했으며 이밖에도 미래산업이 지난달부터 주 5일 근무제를, 한미는 생산파트 인력을 대상으로 월 급여의 80%를 제공하는 1개월 단위의 유급휴가제를 신설, 시행에 들어갔다.
◇기대효과=인력이용의 효율화를 통해 비용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최근 3교대 방식을 채택한 아큐텍반도체기술은 30%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와 더불어 초과근무비용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기타 장비업체들도 장기휴가제를 실시하면서 10% 이상의 감원효과를 누리고 있다.
특히 노동부의 고용유지 지원제도 덕택에 전 직원 대상의 순환휴직제를 적용하면 평균임금의 4분의 3까지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방식을 채택하는 소자업체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