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KBS1·2, MBC, SBS, EBS 등 4개 방송사 5개 채널에 대한 디지털방송국을 허가함으로써 디지털지상파TV방송 시대의 본격적인 막이 오르게 됐다.
지상파 3사는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시험방송을 실시해 오고 있으나 이번 방속국 허가는 본 방송이 이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방송일정에 따르면 본 방송은 각 방송사의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올해 안에는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이번 디지털방송국 허가는 이러한 정부의 디지털방송 추진일정에 따른 것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에 따라 KBS와 EBS는 11월 초에, SBS에는 11월을 전후해서, 그리고 MBC는 12월 초에 각각 본 방송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본 방송이 실시되면 그동안 14∼16번을 통해 보던 디지털방송을 현재의 아날로그 채널과 동일한 채널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KBS는 9번과 7번, MBC는 11번을 통해 각각 아날로그방송과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세계적으로 디지털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국가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과 미국 등이 있으며 일본은 아직 본 방송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국내에서는 디지털방송에 대해 보다 신중히 하자는 의견과 조기에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정부는 과거 컬러TV방송이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10여년 이상 늦어짐으로써 국내 산업 발전이 늦어졌다는 반성에 따라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디지털TV방송을 조기에 실시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방송사들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환영보다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가전업체들은 크게 환영하고 제품개발에 주력해 왔다. LG전자를 비롯해 삼성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의 디지털TV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일본업체들과 수위를 다툴 정도로 앞서 있다.
정부는 디지털방송으로 인해 2005년까지 디지털TV수상기를 비롯해 방송기기, 방송콘텐츠, 광고 등 관련 산업에 생산 111조원, 수출 277억달러, 무역흑자 19조원, 고용유발 17만명 등 막대한 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향후 10년간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전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디지털전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광고나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사회적인 분위기로 인해 아직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대문이다.
디지털방송도 화질에 따라 고품위(HD)TV와 표준화면(SD)TV로 나눠진다. HD방송의 경우 제작비가 아날로그 프로그램 제작비의 몇배를 넘어서며 장비와 제작 전문인력이 부족해 하루에 1∼2시간 정도가 편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족한 부분들은 SD급 화질의 프로그램이나 아날로그로 제작한 것을 디지털로 컨버전한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으로 채워지게 된다.
또 디지털방송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디지털TV수상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 현재 세트톱박스를 내장하고 있는 디지털TV와 세트톱박스가 없는 레디형 디지털TV가 나와 있다. 세트톱박스가 없는 TV수상기에는 세트톱박스를 다시 설치해야 한다.
한편 방송계는 미국과 유럽의 디지털방송 방식을 비교 테스트하는 문제로 시끄럽다. MBC를 주축으로 시민단체와 대학교수 등은 비교 테스트를 할 때 이동 중의 수신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통부는 이동 중의 수신에서 유럽방식이 유리하다는 것은 이미 인정한 일이기 때문에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아직도 의견통일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정통부는 이번 필드테스트의 결과에 상관없이 디지털지상파방송을 미국식으로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 문제는 본 방송이 실시된 이후에도 계속 논란의 여지를 남기게 될 전망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