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장 전반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무엇보다 디지털방송 도입의 필요성이 가중되는 곳은 케이블TV방송국(SO)이라고 할 수 있다.
SO는 올해 말 경쟁사업자인 디지털 위성방송의 등장과 중계유선방송의 SO전환 등으로 고품질의 다채널 서비스 실시가 불가피한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국내 TV 총 수신자 중 60% 이상이 SO 및 중계유선을 포함한 유선방송을 통해 방송을 수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책적으로도 이들의 디지털화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또 케이블TV는 유선망을 통해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타매체에 비해 양방향 서비스 및 고속·대용량 전송 등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SO들은 올초 프로그램제공업자(PP)가 급증하면서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늘어난 신규 채널을 대폭 수용하기 어려워졌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통신 망은 물론이고 파워콤 망을 사용하는 SO들도 디지털화를 완성하기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채널을 모두 내보낼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현실적 요구에 비해 SO들의 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우선 단일 SO가 디지털화를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재정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 이에 따라 현재 가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30여개 전국 SO가 공동 투자해 추진하는 디지털미디어센터(DMC)다.
디지털미디어센터에 참여하는 SO는 복수SO(MSO)보다는 단일 SO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MSO들은 다수 SO를 하나로 묶는 통합망을 통해 디지털방송을 실시할 계획이다.
MSO 가운데 구체적인 계획 아래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씨앤앰커뮤니케이션(대표 오광성)이다.
수도권 지역 최대 MSO인 씨앤앰커뮤니케이션은 2002년 디지털방송 송출 개시 및 시범서비스 실시, 2003년 양방향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씨앤앰의 경우 서울지역에 인접한 12개 SO를 가지고 있어 디지털화에 따른 투자효율성이 SO 중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씨앤앰은 디지털서비스를 위해 5개 SO 지역에서 인수한 한국통신 망을 870㎒까지 업그레이드중이며 가용 채널 수가 많아짐에 따라 국내외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의 디지털표준 규격이 결정되는 대로 2002년 3월 디지털방송 송출을 목표로 단일 DMC 구축과 시범서비스 준비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며 1단계 시범서비스 지역으로는 송파와 강동SO 지역을 계획하고 있다. 2003년부터 개시될 양방향 서비스는 PPV·NVOD·홈쇼핑을 아우르는 t커머스이며 이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 외 디지털 추진계획과 관련, 가입자 관리 및 빌링시스템 통합, 세트톱박스 개발 등에서 전반적인 계획을 수립 완료한 상태다.
대부분의 MSO들은 씨앤앰의 사례에서 보여지듯이 유사한 방식으로 단계적인 디지털 전환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한 곳은 드물다.
이는 대체로 MSO들이 최근 중계유선의 SO전환을 거치면서 통합작업을 진행중이며 기존 MSO라고 하더라도 지역적으로 분산된 SO를 보유하고 있어 효율적인 디지털화 계획을 수립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개국을 서두르고 있는 다수 전환SO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환SO들은 기존 중계유선 시절 고대역폭으로 망을 포설해둔 경우가 많아 디지털 전환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당장 이를 추진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부산처럼 타 지역에 비해 인구가 집중돼 있고 다수 중계유선이 통합 컨소시엄을 구성한 지역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750㎒까지 망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자에게는 먼저 개국을 앞당기는 것이 급선무인 관계로 디지털화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은 내년 이후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전환SO협의회 배재탁 사무처장은 “전환SO의 경우 개국 및 가입자 확보가 지상과제이기 때문에 당분간 디지털화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향후 기존 SO와의 경쟁을 고려해서라도 디지털화는 점진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SO의 디지털화에는 몇가지 과제도 남아있다. 우선 정책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SO업계는 가입자 기반이 탄탄한 유선방송을 제쳐두고 지상파 디지털방송에만 관심을 쏟는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SO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대해서도 관련 법 제정 및 주무부서의 역할 명시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