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똑똑한 TV` 안방공습 카운트다운

 지난 16일 정보통신부가 KBS·MBC·SBS·EBS 등 지상파 4사의 5개 채널에 대해 방송국을 허가함으로써 디지털TV방송 카운트다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따라 KBS1·EBS(11월 5일)를 시작으로 SBS가 11월께, MBC가 12월 2일, KBS2가 12월 말 본 방송을 실시하는 등 디지털방송시대가 활짝 열리게 된다.

 본방송이 실시되면 시청자는 시험방송용 채널 14∼16번이 아닌 아날로그 채널과 같은 6∼13번에서 각각의 디지털방송을 볼 수 있게 된다.

 아날로그 방송은 디지털방송과 함께 방영되다가 디지털방송이 완전히 정착됐다고 보여지는 시점에서 중단된다. 정부는 이 시점이 이르면 5년에서 길면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지역을 시작으로 오는 2003년에는 광역시, 2004년에는 도청소재지, 2005년에는 시·군까지 단계적으로 디지털방송 지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디지털TV방송이란 아날로그TV 방송신호를 0과 1의 디지털 신호로 바꾸어 주고받는 방송을 말한다. 아날로그 TV 화면은 가로 세로가 4대 3인데 반해 디지털TV는 16대 9로서 보다 넓고 아날로그방송보다 4∼5배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과 CD수준의 음향을 즐기실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방송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단순히 화질이나 음향뿐만 아니라 디지털로 구현할 수 있는 데이터방송·양방향 방송·T커머스·인터넷 등 디지털방송의 역할은 가히 무궁무진하다 할 수 있다.

 또 방송장비와 수신장비, 디지털방송 수상기 등 관련산업의 발전에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거두게 된다.

 이처럼 디지털 방송이 국가 산업과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디지털 방송과 디지털 TV 개발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21세기를 이끌어 갈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전쟁에 이어 이미 디지털방송을 둘러싼 소리없는 전쟁을 시작했으며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방송의 디지털화는 위성 방송 분야를 시작으로 지상파, 케이블 방송 등의 순으로 확산돼 왔다. 특히 지역적으로는 미국 지역이 가장 먼저 디지털 방송을 시작했다. 유럽 지역에서는 영국이 가장 앞서 있으며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에서도 상당 수준의 디지털화가 이뤄졌다. 아시아 지역의 경우 일본이 가장 먼저 디지털 방송을 개시했으며 호주에서는 올해 초 디지털 방송을 시작했다.

 디지털위성방송은 94년 미국에서 디렉TV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방송을 개시했다. 이어 97년에는 TCI사가 디지털 방식의 케이블TV 방송을 시작했으며 98년 11월부터는 지상파의 디지털 방송이 이뤄졌다.

 이처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 방송을 시작한 종주국이며 질적 양적 측면에서 디지털 방송의 모범 사례를 보여 주고 있다.

 미국보다는 다소 뒤졌지만 유럽 지역에서도 디지털 방송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영국은 미국보다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먼저 시작했으며 프랑스·스웨덴·스페인 등도 영국의 뒤를 바짝 따라가고 있다.

 영국 BBC는 98년 9월 지상파 방송사로서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 방송을 시작했다. 이어 98년 11월에는 B스카이B사가 ‘스카이디지털’이라는 브랜드로 디지털 위성 방송을 시작했다. 같은해 11월 온디지털(ONdigital)이 15개 채널의 상업용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개시했다.

 일본의 디지털방송은 위성과 케이블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는 비교적 늦게 추진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위성 방송이 시작돼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송이 혼재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본은 방송용 위성에 따라 통신위성(CS)과 방송위성(BS) 기반의 방송이 함께 발전하는 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뒤지지 않기 위해 지난해 디지털방송 조기방영 계획을 확정하고 2000년 시험방송에 이어 2001년 본방송이라는 일정을 잡아놓았다.

 이에따라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지난해 9월부터 시험방송에 들어갔고 올해 말까지 EBS를 포함한 방송 4사가 5개 채널의 디지털 방송에 들어간다.

 이와함께 2002년에는 케이블TV와 데이터방송도 디지털화하고 2003년부터는 라디오방송까지 디지털화되는 등 모든 방송환경이 디지털로 바뀌게 된다.

 방송계에서는 디지털방송이 실시되면 방송사들보다는 수상기나 세트톱박스를 생산하는 가전, 장비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디지털TV 시장 규모는 올해 42만대에서 2002년에는 76만대, 2003년에는 128만대, 2005년에는 230만대로 해마다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세계 디지털TV 시장 규모는 올해 226만대(42억 달러)에서 2003년에는 886만대(133억달러)로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해 2005년에는 2590만대(278억달러)의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정부는 디지털방송으로 인해 2005년까지 디지털 TV수상기를 비롯해 방송기기·방송 콘텐츠·광고 등 관련 산업에 생산 111조원, 수출 277억달러, 무억흑자 19조원, 고융유발 17만명 등 막대한 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은 이미 디지털TV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저마다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가전 3사는 최근 경쟁적으로 완전평면 브라운관(CRT)을 채용한 200만∼300만원대의 보급형 HDTV에서 일명 벽걸이TV로 불리는 600만∼1000만원대의 첨단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를 출시하고 수요 진작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전 3사는 디지털TV 본방송 초기에는 29∼36인치대의 완전평면 HDTV와 40∼64인치대의 프로젝션TV가 주로 판매되다가 오는 2003년부터는 가격경쟁력을 갖춘 PDP TV와 TFT LCD TV 등 벽걸이TV로 수요가 옮겨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전 3사는 디지털방송 초기엔 디지털TV 못지않게 지상파 디지털TV용 세트톱박스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각각 95만원에서 130만원대의 제품을 출시, 보급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전 업계는 지상파 디지털TV 본방송이 실시되면 경기침체로 인해 잔뜩 움츠린 가전시장에 디지털TV가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디지털TV 내수 시장이 본격 형성되면 해외 시장 공략에도 큰 힘을 얻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밖에 디지털위성방송과 디지털지상파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세트톱박스를 생산하고 있는 장비업체들도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들 세트톱박스 업체들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시장을 겨냥한 제품들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가전과 방송장비업체들이 휘파람을 불고 있다면 방송사들은 겉으로는 대세에 따라 준비를 서두르고 있으나 속으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방송사들은 완벽한 디지털방송을 실현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디지털전환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송광고료의 인상과 수신료 인상, 장비도입에 따른 관세감면 등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현재까지 해결된 것은 장비도입 관세를 85% 감면해 주겠다는 것 하나뿐이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를 비롯해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등 관계부처들이 적극적인 지원활동으로 디지털방송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현재 방송광고인상 문제는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발로 민영 미대어렙 설립이 지연되고 있으나 언제까지 미룰 수만은 없기 때문에 본 방송이 시작되면 다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KBS의 수신료 인상도 과거 컬러TV 전환 때 수신료를 대폭 인상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디지털방송의 가장 큰 수혜자라 할 수 있는 가전업체들도 방송 프로그램을 협찬하는 형태의 자금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어느 정도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