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ERP 회계모듈 잇따라 도입

 

 생명보험사인 A사는 최근 전사적자원관리(ERP) 회계모듈을 도입하고 신바람이 났다.

 그동안 50%에 불과했던 장부와 실물정보 일치율이 99.9%로 증가해 회계업무에 대한 투명성이 높아져 대외신인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시간 자금결제도 가능해져 일일 결산체계가 이루어짐에 따라 신속 정확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 것은 물론이고, 현금 예측이나 위기상황 대처능력도 갖추게 됐다.

 A사 프로젝트를 이끈 모 팀장은 “회계업무의 투명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회계처리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며 “업무 생산성 향상으로 선진 금융기관으로 부상하는데 ERP가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제조업종에 특화된 솔루션으로 알려진 ERP가 최근 생보사의 생산성 강화 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알리안츠제일생명과 교보생명이 ERP 모듈을 도입중인 것을 비롯, 삼성생명과 SK생명, 대한생명 등도 재무·관리회계 모듈을 도입키로 하고 제품 선정작업에 들어갔다.

 알리안츠제일생명은 올 11월까지 재무/관리회계(FI/CO)와 자금관리(CFM) 모듈을 도입, 단기금융상품·채권·주식·펀드 및 파생상품 거래 지원·가계대출·기업대출 및 사후관리에 활용할 예정이다. 교보생명도 1차로 신보험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어 내년 4월까지 자산운용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고 현재 CFM 모듈을 기반으로 개발중이다.

 이밖에 삼성생명이 재무회계시스템 위주의 ERP를, SK생명이 자금관리 모듈을, 대한생명이 재무회계시스템 모듈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삼성생명 프로젝트에는 딜로이트컨설팅과 PwC, 삼일회계법인, 한국IBM이 제안서를 제출하고 치열한 경쟁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들어 생보사가 경쟁적으로 재무회계 중심의 ERP 도입에 나서고 있는 것은 급변하는 금융환경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투명경영은 차치하고라도 파생상품이나 채권, 단기금융상품, 가계·기업대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진 금융기법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ERP 모듈을 도입하는 경우 앞서 말한 A사와 같은 효과가 나온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에 따라 생보사 ERP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업체들의 영업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생보사 ERP 프로젝트는 평균 200억원을 호가하는 대형 프로젝트인데다 계열 금융사 및 그룹사로 진출할 수 있는 ‘게이트웨이’라는 점에서도 관련 업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알리안츠제일생명이 200억∼300억원, 삼성생명은 전체 10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며 “ERP 솔루션 회사와 함께 컨설팅회사, 대형 SI회사 모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SAP코리아는 노아에이티에스라는 금융전문 컨설팅회사를 앞세워 프로젝트 수주에 전력하고 있으며 한국오라클도 자사 금융솔루션인 ‘OFSA’와 전문 컨설팅인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