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T LCD업계가 18개월 동안 짓눌린 가격압력에서 곧 해방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르면 다음달중 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전반적으로 시장이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들어 지속됐던 업계 구조조정도 어느 정도 일단락될 전망이다.
◇뚜렷해지는 시장반전의 징후들=가격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는 수급비율이 이달들어 안정을 되찾고 있다.
상반기 한때 15%를 웃돌았던 공급과잉률은 지난달 10%로 하락하더니 이달엔 7∼8%로 떨어졌다. 수요증가가 공급증가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2분기 대비 3분기 수요증가율은 11%다. 반면 2분기만 해도 12% 안팎이었던 공급증가율은 3분기 들어 8%대로 떨어졌다. 4분기에는 공급증가율이 약간 둔화되는 대신 수요는 2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수급은 더욱 안정될 전망이다.
수요증가의 일등공신은 모니터용 LCD다. 1년 전만 해도 500달러 안팎이던 15인치 모니터용 TFT LCD는 200∼220달러로 떨어지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그 대신 공급은 2분기 대만업체들의 2단계 증설 이후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일본업체들이 저온폴리 등 중소형으로 전환하면서 공급증가세가 주춤했다.
수급이 안정되자 가격하락세도 저지됐다. 15인치, 17인치, 18인치 등 모니터용 TFT LCD의 가격은 이달들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업체의 15인치 XGA급 제품의 경우 미약하기는 하나 오름세를 타고 있다. 다만 14.1인치 등 노트북PC용 TFT LCD의 가격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상반기와 비교하면 하락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언제 오르나=업계는 일단 바닥을 찍었다고 본다. 가격상승은 이미 시간문제라는 입장이다.
일단 다음달부터 일부 주력품목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수요가 집중된 15인치 모니터용 TFT LCD의 경우 다음달중 공급이 모자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LCD모니터 업체들이 크리스마스 특수를 겨냥해 다음달부터 생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4분기중 상승할 것이라는 보수적인 관측도 있다. 바닥이기는 하나 아직은 공급과잉상태며 수급안정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려면 4분기에나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어떤 전망이든 한두달 차이에 불과해 가격상승은 이미 대세인 셈이다.
◇얼마나 지속될까=가격상승이 본격적인 시장반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계절적 특수에 따른 일시적인 가격반등일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업계와 시장조사기관들은 내년 1분기엔 수요감퇴로 가격상승이 주춤하거나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년 2분기 이후 시장에 대해선 대체로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꾸준한 수요증가에 비해 공급은 당분간 늘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모니터용 TFT LCD의 경우 내년부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내년중 공급부족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됐다. 국내 삼성전자, LG필립스LCD와 대만의 AU옵트랙스 등 15인치 이상 대형제품 공급이 가능한 업체들은 또 한번의 호황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대형제품의 판매가 늘어나면 덩달아 5인치 미만 소형제품의 가격도 상승세를 타게 된다. 한정된 생산라인에서 업체들이 대형제품 생산에 집중하면서 소형제품의 공급량이 줄어들고 이는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에 미칠 영향=다가올 호황 사이클이 예전과 같은 급커브를 그리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요증가가 가격하락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가격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가격상승폭은 제한됐다는 얘기다. 또 TFT LCD업체들도 시스템업체와의 관계에서 한번 내린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TFT LCD업체들은 시황반전과는 무관하게 지속적인 원가절감운동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LG필립스는 5세대 라인 투자를 통해 제조원가를 낮추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LG필립스가 지속적으로 시장이 반전돼도 원가경쟁력이 앞선 상위 업체와 그렇지 못한 하위 업체간에 벌어진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하위업체들로선 3분기 이후 시장반전으로 퇴출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만족해야 할 전망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