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문화산업 점검>(15)아케이드게임

 올해 하반기 아케이드(오락실용) 게임업계는 지난 2년여 기간동안 계속된 불황을 탈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9월 초부터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하다가 11월 말이나 12월 초 성수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케이드 업계가 이런 기대를 갖는 이유는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이하 음비게법)이 대폭 개선돼 오는 9월 25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 음비게법에는 싱글로케이션 제도의 도입을 포함해 일반 게임장의 성인용(18세이용가) 게임의 설치비율 확대, 게임 제작 및 배급업의 신고제 도입 등 규제를 완화하고 보다 자유롭게 문화산업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이중 싱글로케이션 제도의 도입은 아케이드 게임 개발업계에 가장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제도는 기존에 게임장(오락실)에만 설치가 가능했던 게임기를 문구점, 편의점, 당구장 등에서도 설치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게임장이나 PC방뿐 아니라 유흥시설, 생활편의시설 등 생활 곳곳에 게임기가 들어가게 된다. 시장 및 소비자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일반게임장과 관광호텔을 포함한 유원시설업내 성인용 게임의 설치비율을 각각 60%와 80%로 확대한 것도 아케이드 개발업체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대다수 게임개발사들은 상대적으로 공급량이 여유로운 전체이용가 게임만을 개발하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전체이용가로 제작된 게임이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성인용 게임으로 심의가 날 경우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투입된 게임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라지곤 했다.

 음비게법의 개정 이외에도 올 하반기 국내 아케이드 시장에는 여러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그중에는 해외시장 진출의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 아케이드 시장을 주름잡던 일본의 게임개발사들이 최근 일본내 시장침체와 새로운 기술력 한계 그리고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인해 국내 게발사들에게 시장을 내주고 있다. 지난 2∼3년전까지만 해도 국내 기술은 일본의 50% 수준이라는 평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 수준은 일본과 대등하다는 게 업계와 학계의 평가이다. 특히 가격면에서는 국내산 게임기가 일본제품에 비해 약 40∼60%선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한 업체의 수출담당자는 “해외게임쇼에 참가할 때마다 국내 제품이 많이 향상됐다는 느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며 “아직 일본을 따라가는 실정이지만 일본이 주춤한 현 시점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업계의 각성도 하반기 시장 전망을 밝게 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동안 국내 아케이드 업체들이 일본업계를 모방해 손쉽게 돈을 벌어 왔으며 이것이 현 불황의 주 원인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며 업계에서는 반성을 하고 있다. 이에따라 일본과는 다른 상품과 기술을 개발하고 일본에서 시도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 업계가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다 현재 추진 중에 있는 게임장내 네트워크화 역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하반기 아케이드 시장 부활에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PC방의 확산으로 대다수 게임머들이 PC방으로 이동한 것에 자극받아 추진하고 있는 네트워크화는 아케이드 게임도 PC·온라인 게임처럼 네트워크 대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직 시작단계기 때문에 올 하반기 아케이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는 힘든 사항이지만 업계에는 충분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약 8400억원. 이중 아케이드 게임시장은 전체의 60%를 넘는 약 5100억원이었다. 온라인·PC·모바일·비디오 게임시장을 합친 것보다 큰 시장이다. 따라서 아케이드 시장의 성장은 곧 국내 게임시장의 성장을 의미한다. 지난해 이후 국내 게임시장이 주춤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은 아케이드 시장의 침체와 깊은 관련이 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