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음악파일 공유 전문사이트인 소리바다가 저작권침해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한국음반산업협회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지 8개월여, 협회가 사이트 운영 중단을 요구한 지 무려 1년 3개월 만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될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다.
인터넷이용자들과 소리바다의 반발, 책임 소재문제, 디지털콘텐츠 보호와 상충되는 육성전략, 관련법 및 제도 미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인기 온라인게임 ‘리니지’도 법정 소송중이다.
동명 출판만화 작가인 신일숙씨와 게임개발사인 엔씨소프트가 서로 저작권을 주장하면서 야기된 이 분쟁은 검찰 및 법원의 적극적인 중재에도 불구하고 양측간 잇따른 소송 제기로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음반업계, 인터넷방송업계, 노래반주기업계, 저작권신탁관리단체, 영상업계 등 이른바 디지털콘텐츠업계간 또는 관련단체와의 소송은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고 있다.
소송제기는 늘고 있으나 해결된 소송건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전쟁에 비유되는 IT업계의 ‘특허분쟁’을 능가하고 있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국내에 디지털콘텐츠를 보호하는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 및 법적인 뒷받침이 미비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제 갓 발아 단계에 있는 디지털콘텐츠산업을 거목으로 키워내기 위한 환경조성이 시급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현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법적 제도 정비다. 정보통신부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온라인 산업실태조사에서도 초고속인터넷 등 통신인프라 미비, 저작권료 지불 비용, 불법복제사이트 범람 등 관련 제도 및 법적 미비에 큰 애로을 겪고 있는 것을 나타났다. 표1참조
디지털콘텐츠관련 법률 및 제도정비는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꾸준하게 진행돼 왔다.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11월 정동영 의원이 ‘디지털콘텐츠육성에 관한 법률’을 발의한 것.
오프라인 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디지털 권리’를 인정하자는 내용을 담은 이 법률안은 문화관광부 등 일부 부처와 부처 산하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유야무야 됐다. 이유는 영화, 음악, 출판 등에 관한 저작권법을 비롯해 영화진흥법, 음반비디오 및 게임에 관한 법률, 정기간행물에 관한 법률, 방송법 등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이러한 법률과 상충된다는 것이 주요 반대 요지다.
물론 이 안은 결국 범부처간 합의하에 별도 마련될 진흥법에 흡수될 전망이어서 초기 취지는 이어져갈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정보통신부는 유통분야에 초점을 두고 디지털콘텐츠보호 산업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문화부는 원 저작권자에게 무게중심을 두고 이를 추진하고 있어 관련업계의 기대는 크다.
<문제점 및 해결방안>
그러나 최근 정부가 추진하거나 정비한 법제도는 실제 산업의 애로사항 및 문제점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기보다는 이론확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정보화사업 추진의 근거를 마련하거나 법의 명징성을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저작권 및 컴퓨터 프로그램보호 법의 경우에도 기존의 저작권법의 연장선상에 있어 디지털 저작물에 대한 지위를 올바르게 인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컴퓨터에 의한 저작물은 단순한 변수의 입력만으로도 저작물이 완성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컴퓨터 저작물에 대한 보호대상은 저작물에 대한 투자 및 시스템 구축행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저작권법도 최근 디지털콘텐츠 분야를 다룬 전송물 및 전송권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등 새로운 산업권리를 인정하는 쪽으로 개정되고 있으나 아직 구체 시행령 및 규칙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복사권이나 음악저작권과 관련한 업계 분쟁을 조정할 구체적 법률 근거가 크게 미약한 실정이다.
디지털콘텐츠 유통분야에서도 국제적인 시각을 갖출 필요가 있다. 저작물 유통이 세계적으로 가능한 인터넷 환경에서 속지적으로 제한돼 있는 배타적 권리체제는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찬모 연구위원은 “위탁관리제도 등 저작권관리의 영업화 내지 제도화가 필요하며 저작권관리방법의 전자화, 집중관리제도 모색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콘텐츠 복제 문제도 기존의 출판법을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자책(e북)의 경우 전송권을 원저자에게 인정하고 있으며 저자와 출판사간 계약에 의해 전송권의 권리대행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책 이외의 MP3나 동영상, 문서 콘텐츠들은 전송권의 문제가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정 연구위원은 또한 기존 콘텐츠들의 디지털화 및 콘텐츠 융합에 의한 새로운 콘텐츠들의 양적·질적 성장에 따라 저작권의 범위 내에서 보호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적극 수렴하는 관련법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문화콘텐츠 학회 회원인 임은모씨도 “데이터베이스 보호, 디지털콘텐츠 보호와 공정한 이용의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은모씨에 따르면 정보 고도화에 따른 디지털 저작물 및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저작원 보호와 공정한 저작물의 이용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시장의 요구에 따라 디지털콘텐츠들의 다양성 및 매체의 성질에 보다 적합한 관련 제도가 요구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월 12일 통합방송법 제정으로 지금까지 매체별 분할 관리돼 오던 다양한 방송매체들을 하나의 법체계 안에 수용하도록 돼 있으나 디지털 발송의 실시 및 통신·방송 융합에 대비한 법제도의 정비는 미흡한 형편이다.
오는 11월 예정돼 있는 디지털 방송은 물론 이미 실시중인 웹캐스팅 등 뉴미디어 부문에 대한 법제도 정비도 요청된다. 또 통신위성을 통한 위성방송 허용, 인터넷방송 등 뉴미디어에 대한 법제도상의 근거 마련도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와 관련,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디지털콘텐츠 보호 법률안의 제정을 추진중이어서 주목을 끈다. 이 법률안은 국무조정실 디지털콘텐츠산업조정위윈회에서 관장해 초안을 마련하고 관련 부처가 부처별 콘텐츠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법률적 조항이 포함될 예정이다.
올해말 제정되고 내년초에 이 법안이 시행되면 국내 디지털콘텐츠산업은 새로운 발전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