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히다찌와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사업조정 가능할까.
히타치 스토리지의 국내 공급권을 갖고 있는 LG히다찌·효성인포메이션·한국HP에 이어 한국썬이 최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키로 하는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히타치 스토리지 공급업체간 제품공급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문업체인 LG히다찌와 효성인포메이션간 사업영역 조정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같은 논란이 불거져나온 것은 지난주 나카니시 히로아키 히타치 국제영업총괄본부장이 한국을 다녀가면서부터. 나카니시 본부장은 한국을 방문해 선을 OEM 파트너로 삼은 배경을 설명하고 일본 히타치 본사의 합작파트너인 LG히다찌와 히타치의 미국 자회사인 히타치데이터시스템스의 합작 파트너인 효성인포메이션의 관련업무와 애로점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효성측이 나카니시 본부장의 발언을 빌려 스토리지사업을 자사가 전담토록 할 예정이며 LG히다찌는 SW솔루션 및 시스템통합(SI)사업에 주력하도록 사업영역을 조정키로 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결과적으로 효성측이 스토리지 전담 공급사가 될 것이며 LG히다찌는 SI사업자로 남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효성인포메이션 관계자는 “지난주 효성을 방문한 나카니시 본부장이 스토리지사업에 대한 역할분담론을 언급했다”며 “국내 스토리지 영업을 효성이 전담하는 방향으로 사업영역을 조정하겠다는 얘기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LG히다찌측은 “본사에 확인해본 결과 나카니시 본부장이 그같은 얘기를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며 “LG히다찌는 히타치 본사가 70%의 지분을 투자한 회사인데다 전체 매출의 40% 가량이 스토리지 부문에서 나오는데 그같은 결정이 상식적으로 가능하겠느냐”며 강력히 부인했다.
이같은 ‘사업영역 조정론’이 업계에 알려지자 LG히다찌의 스토리지 영업에 일파만파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LG히다찌는 최근 스토리지 리셀러와 고객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스토리지 영업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재 진행중인 몇건의 수주건이 성사 여부가 매우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파문이 확산되자 효성측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며 그같은 방향으로 사업영역을 조정하겠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이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나 이마저도 나카니시 본부장이 두 회사를 염두에 두고 거론한 것은 아니라 효성측의 희망사항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실제로 히타치가 LG히다찌·효성 등 전문업체와 한국HP·한국썬 등 OEM업체를 앞세워 EMC의 저가공세에 맞서 영토확장에 부심하고 있는 마당에 어느 한 업체를 일방적으로 지원해 스스로의 입지를 위축시킬 필요가 있겠느냐”며 “스토리지 시장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얘기지만 ‘루머성’ 얘기를 흘려 해당업체의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