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차세대 산업 전략

 정보기술(IT)을 비롯한 생명공학(BT)·문화기술(CT)·나노기술(NT)·환경기술(ET) 등 5대 신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 전략산업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바람직하다. 이 5대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나 파급력 등이 여타 분야보다 큰 점을 감안해 볼 때 일단 정부는 전략산업 육성에 대한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3대 산업과 그 중요성을 비슷하게 본 문화기술이나 환경기술을 더불어 육성하겠다는 것은 하나의 수확이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환경분야를 등한시할 수 없다. 환경문제는 소극적 의미의 보전과 적극적 의미의 산업기술이 합쳐질 때 비로소 제대로 풀 수 있다. 정부가 이를 위해 1조원을 투입해 10년 안에 환경 선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은 관련산업 발전을 크게 기대할 만한 일이다. 또 문화콘텐츠에서 우리가 2005년엔 아시아 메이저로 부상한다는 계획도 반가운 일이다.

 특히 시장규모가 가장 크고 대부분 산업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지니고 있는 IT산업에 대해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IT전략본부’를 신설하는 것은 꼭 필요하고도 시급한 조치로 기대되는 바가 크다.

 그동안 IT분야는 그 특성상 범위가 넓어 소관부처를 두부모 자르듯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여러 정부부처가 달려들어 서로 관장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물론 이는 각 부처가 활발한 지원시책을 내놓음으로써 많은 업체들이 수혜를 받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중복지원으로 효율성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신설되는 IT전략본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상당부분 해소하고 체계적이고 범부처적인 IT산업 발전전략을 수립·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그것이 하루라도 빨리 가동됐으면 한다.

 정부가 차세대 전략산업 육성 방향을 잘 잡았고 적지않은 자금을 들여 산업을 육성한다 하더라도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업체를 지원하는 데 그쳐야 한다.

 첨단산업의 엔진은 민간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민간이 활기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할 일이다.

 먼저 자금 지원방법부터 개선해야 한다. 이번에 정부가 선정한 5대 전략산업은 과거에 흔히 볼 수 있던 장치산업이라기보다는 기술집약산업이다. 따라서 정부가 많은 자금을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더라도 기술이 있는 업체에 자금이 돌아갈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처럼 물적인 담보라는 것에 얽매이다 보면 기술력을 지닌 많은 업체들이 자금지원을 받기 어려워진다.

 인력 공급방침도 바꾸어야 한다. 정부는 앞으로 수십만명을 양성한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이 분야에 지원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엔지니어의 사기를 올릴 수 있는 사회풍토 조성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규제를 한층 완화하고 투명한 정책을 펼쳐보임으로써 기업인들이 마음놓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가꾸어 나가는 것도 빼놓지 말아

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