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가 지난주말 미 증시의 폭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주 국내 증시는 미국시장의 약세에도 불구, 금리인하 추세와 원화 강세 등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통한 주가상승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상대적인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18일(현지시각) 지난주 국내 증시가 마감된 후 열린 나스닥시장이 하루에만 3.3%나 폭락하고 1900선마저 붕괴되는 등 미국 증시의 하락 여파로 유동성 장세를 기대하던 국내 증시도 이번주 개장 첫날부터 급락의 충격을 받고 말았다.
20일 거래소시장은 13.90포인트 하락한 567.09로 장을 마쳤고 코스닥시장도 1.17포인트 떨어진 67.97로 마감, 다시 낙폭이 확대됐다. 미국 증시의 기술주 중심의 약세로 거래소 IT지수와 코스닥벤처지수는 각각 3.26%, 1.85% 하락하며 시장평균 하락률을 상회했다. 주요 IT주도 대부분 약세로 돌아서 시가총액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나란히 3%의 하락률을 보였으며 한국통신·삼성전기·LG전자 등 주요 IT기업들의 주가도 일제히 떨어졌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시가총액 상위사 가운데 다음커뮤니케이션과 LG홈쇼핑만 소폭 올랐을 뿐 KTF·LG텔레콤·휴맥스·엔씨소프트 등 대부분의 종목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통한 주가 상승의 기대가 완전히 꺾였다고는 볼 수는 없지만 여전히 연관성이 높은 미국 증시의 안정없이 국내 시장만의 독자적 강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분도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 국내 시장에서 투자심리가 어느 정도 개선되기는 했지만 미국 증시의 급락과 함께 국내 증시도 다시 약세로 돌아선 상황”이라며 “국내 증시의 낙폭이나 조정기간 역시 단기적으로 미국 나스닥시장의 안정 여부에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동성 장세는 증시로의 자금 유입과 함께 경기지 표의 개선이 맞물려 증시가 상승세로 완연히 추세를 잡아나가는 것을 말한다”며 “기업실적이나 경기선행지표 등 아직은 뚜렷한 펀더멘털의 변화가 없어 유동성 장세를 논하기는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상승 기대가 미국 시장 추락이라는 악재에 부딪혔다는 점에서 21일(현지시각) 발표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발표는 미국 증시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은 0.25% 이상의 추가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지만 알려진 재료에 대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아직은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정동희 피데스증권 수석연구원은 “경기침체라는 적군은 건재하고, 실탄(금리인하)은 설상가상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라며 “현재의 경기수준에 맞게 시장에 대한 기대수익을 하향 조정할 때”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