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자기PR시대 아바타 꾸미기 인기열풍!

 ‘현실의 나, 무의식의 자아, 그리고 가상공간에 또 다른 내가 있다.’

 최근 10대를 중심으로 한 네티즌 사이에서는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아바타(avatar)를 치장하는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아바타란 ‘분신’ 또는 ‘화신’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원래는 인간·동물의 몸을 빌려 내려온 신을 나타내는 말이었으나 최근에는 사이버 가상공간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캐릭터를 지칭하는 말로 자리잡고 있다.

 네티즌 사이에서 아바타는 익명성이란 인터넷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게임·채팅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사이트를 중심으로 아바타를 치장하는 옷과 장신구들을 마련해 놓고 네티즌을 유혹하는 사이트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채팅사이트 세이클럽을 비롯해 프리챌 등 포털사이트, 퀴즈퀴즈, 게임빌 등의 게임사이트 등 상당수 업체들이 캐릭터의 아이템을 판매하는 부분 유료화를 도입하고 있다.

 아바타를 꾸미기 위한 열풍이 거세지면서 가상공간의 나를 보다 멋지게 꾸미기 위해 요란한 장신구와 헤어스타일, 화려한 옷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 인터넷에서 만난 낯선 여자와 채팅을 나누기 위해 1000원짜리 드레스를 선물하는 신풍속도마저 생겨나고 있다.

 아바타는 이젠 10∼20대 네티즌 사이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아바타는 말 그대로 사용자의 분신. 따라서 개성 넘치는 신세대에게 아타바를 치장하는 일은 무엇보다 자신을 PR하는 우선순위가 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김희선, 이영애 등 인기 연예인이 착용한 액세서리가 현실에서 유행패션이 되듯 가상공간에서 각종 유행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대하 역사드라마 ‘왕건’ ‘여인천하’ 등이 인기를 끌면서 사극의 궁중패션이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유행하는가 하면 이영애 헤어스타일, 서태지 안경 등 인기 연예인의 패션이 곧바로 아바타 아이템으로 등장하고 있다.

 또 여름철에는 수영복, 서핑보드 등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바캉스 아이템과 해골가면, 여우가면, 어둠의 사자 복장 등 납량특집 아이템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아바타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네티즌 사이에서는 새로운 아이템을 사기 위해 돈을 구걸하는 세태까지 연출되고 있다.

 이런 추세를 간파한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은 사연을 올리면 이를 애처롭게 여긴 네티즌들로부터 아이템을 구입할 사이버머니를 받을 수 있는 ‘구걸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아바타의 성형수술을 하고 싶은데 돈이 떨어졌다’ ‘장마로 수해를 입은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선물로 우비와 모자를 선물하고 싶은데 돈이 모자란다’ 등 사연도 가지가지다.

 한마디로 현실에서 밥은 굶어도 아바타는 잘 입히고 보자는 주의다.

 실물도 아닌 가상공간에서 이용하는 캐릭터의 옷을 실제 돈을 주고 구매한다는 것은 40∼50대 어른에게는 웃음거리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일찍부터 컴퓨터에 익숙해진 신세대에게는 가상공간이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곳에서 향유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현실세계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받기도 한다.

 아이템 판매가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신세대의 성향을 반영한 것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각종 서비스들이 유료화되면서 인터넷을 통해 각종 정보와 서비스를 무료로 즐기던 일은 이젠 옛말이 됐다.

 따라서 최근 인터넷 세상을 배회하다 보면 돈이 없어 겪어야 하는 여러가지 서

러움을 맛봐야 한다.

 자신이 공들여 키운 캐릭터가 서비스 회사의 유료화로 하루 아침에 속옷만 남겨진 채 발가벗겨지는가 하면 게임을 즐기고 싶어도 무료회원은 접속조차 쉽지 않은 답답한 서버에서 지루함을 견뎌내야 한다.

 한마디로 가상공간인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돈이 최고인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돈의 위력이 인터넷을 점령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인터넷상에서 진하게 놀아드릴테니 사이버 옷 한벌 사주세요.”

 최근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채팅사이트에서 처음 만난 남자와 30분 정도 낯뜨거운 대화를 나눠준 대가로 자신의 사이버 캐릭터에 입힐 원피스를 선물받는 사이버 원조교제가 유행할 정도다.

 이뿐 아니다.

 어찌보면 하나의 데이터에 불과한 가상공간의 아이템이 현실세계에서 수백만원에 호가하는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누적회원 1000만명을 확보하며 국내 최고의 온라인게임으로 자리잡은 ‘리니지’에서 사용되는 각종 아이템은 이미 네티즌 사이에서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최고의 인기 상품이다. 특히 희소가치가 높은 아이템이나 고 레벨의 캐릭터들은 부르는 게 값이 될 정도로 거래가 활성화돼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법적 보호조치는 전무한 실정이다. 시스템 문제로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한순간에 날아가도 보상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사행성을 조장하는 일부 온라인게임과 채팅사이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