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를 추진중인 대형 정보기술(IT)업체들이 주당 매각가격에서 제값을 받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1일 증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주주들이 지분매각을 통해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SK텔레콤, 한국통신, 쌍용정보통신 등 대형 IT업체들이 주당 인수가격 등 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려는 국내업체와 주가하락 등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주당 인수가격을 깎으려는 외국업체들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NTT도코모와 14.5%의 지분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SK텔레콤은 지난 7월 NTT도코모 관계자의 방한을 계기로 지분협상이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최종 조율단계에서 양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다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내에서 NTT도코모와의 협상에 관해 함구령이 내려진 상태여서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주당가격 차이를 좁이지 못해 최종계약이 연기되고 있다는 게 그룹내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SK그룹이 하루빨리 전략적제휴를 매듭짓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헐값에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NTT도코모와 상당한 의견접근이 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양사의 이해관계가 얽혀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통신은 구주와 신주를 포함, 최대 15%의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가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전략적제휴가 임박했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한국통신은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MS를 포함한 3∼4개 사업자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최근 주가하락으로 주당 매각가격에 진통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국통신은 연내에 전략적제휴를 포함한 지분매각을 마무리지을 계획이었으나 내년 6월 민영화 완료시점까지 연기할 수 있다는 쪽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데드라인을 정해 협상 파트너에 끌려다녀 헐값에 매각하기보다는 시간을 들여서라도 제값을 받아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쌍용정보통신은 지난 4월 27일 미국 칼라일과의 지분매각 협상이 결렬된 후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쌍용양회는 최근 쌍용정보통신의 인수를 희망하는 업체들의 인수제안서 제출기한을 오는 25일로 확정하고 다시 지분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쌍용양회는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가시화된 시점에서 매각 자체보다는 제값을 받고 파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터무니없는 가격이 제시될 경우 제3의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대정보기술 등 몇몇 업체들은 아직까지 외자유치 협상파트너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증시관계자들은 “최근 IT업체의 외자유치 지연은 국내업체들의 대외 협상력 부재도 한 몫을 하고 있다”며 “외자유치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재료노출이 길어지고 협상마저 지지부진해지면서 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