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라는 말을 한다. 만화영화(animated cartoon)는 넓은 의미에서 볼 때 애니메이션의 한 형식으로 평가되는 상업용 애니메이션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만화영화·애니메이션·만화라는 용어가 뒤범벅돼 의미상 혼동을 일으키고 있다.
본래 만화는 출판만화의 개념으로 시사성이 강한 신문 만평 형식의 카툰(cartoon)과 이야기 구조를 지닌 연재만화 형식의 코믹스(comics)로 분류할 수 있다. 대개 출판물과 영상물의 중간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 만화의 특징이다. 또한 만화의 원작이 애니메이션에 많은 부분 적용되다 보니 만화영화와 만화의 의미가 혼동되는 부분도 있다.
만화산업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미국에서도 출판만화는 애니메이션과 전혀 다른 산업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대개 만화의 원작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경향은 할리우드 자본의 세밀한 평가에 의해 진행된다. 결국 출판산업과 영화산업의 확실한 경계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의 비상구 역할을 만화가 하게 된다.
20년대 미국의 신문산업이 새롭게 기업화되고, 일반 구독자층을 확장시키기 위해 칼라판 연재만화를 과감히 도입하면서 미국의 만화산업은 대중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신문사주들이 인기만화의 애니메이션화를 사업으로 중요하게 검토하게 되면서 실제 ‘만화영화’라는 형식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20년에 창간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도 젊은 구독자층을 서로 확보하기 위해 신문연재만화와 독자만평을 경쟁적으로 새롭게 신설했다고 하니 만화가 갖고 있는 대중적 흡입력은 역사 속에서 이미 검증된 셈이다. 당시 국내 신문의 만화 형태는 미국식 코믹스의 형태가 아닌 카툰의 형태였다. 그래서 미국 모델인 만화영화로는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90년대 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 ‘일러스티드 카툰(illusted cartoon)’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컬러판 시사만화, 즉 ‘광수생각’과 ‘코리안 도널드 닭’이 등장한 것도 신선한 젊은층의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일본식 극화 만화가 50년대부터 국내 만화 시장을 점유하게 되면서 국내 만화산업의 형태는 일본 모델을 따른다. 즉 코믹스가 베스트셀러가 되면 즉시 만화 원작을 기반으로 한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모델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80년대 등장하기 시작한 국내 제작 TV시리즈 애니메이션도 대개 국내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만화영화의 형태로부터 시작됐다. 그래서 더욱 만화와 만화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의미가 혼동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90년대 중반부터 정부와 업계 및 학계에서 본격적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때도 만화라는 의미 안에 모든 개념들이 복합적으로 평가되고 진행돼온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말에 와서야 다양한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의미가 나눠 쓰이기 시작했다. 문화산업의 개념에서도 만화·만화영화·애니메이션의 구별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런 개념 정립으로부터 실질적인 기획은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