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티엄4가 처음 선보인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가격은 절반이하로 떨어졌다. 더욱이 인텔은 앞으로도 몇 차례 큰 폭의 가격인하를 예고해 놓은 상태다. 따라서 PC 시장이 펜티엄4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다.
펜티엄4를 쓰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한 것이 있다. 일단 메인보드가 펜티엄4를 지원해야 한다. 펜티엄4를 지원하는 PC용 메인보드 칩세트는 아직 i850이 유일하다. i860칩세트가 있지만 워크스테이션용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용도로 쓰기에는 가격이 매우 부담스럽다.
펜티엄4는 트랜지스터의 집적도를 높였다. 이는 소비전력의 상승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펜티엄Ⅲ용 메인보드로는 안정적인 전원공급이 불가능하며 그래픽카드와 메모리 그리고 CPU에 별도로 전원을 공급해야 한다.
이렇게 요구하는 사항이 많기 때문에 펜티엄4를 쓸 수 있는 메인보드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펜티엄4가 출시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펜티엄4용 메인보드를 내놓은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펜티엄4 메인보드를 만든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봐도 된다.
특히 기존 0.18μ 제조 공정으로 만든 펜티엄4와 달리 0.13μ 공정으로 만든 펜티엄4(코드명 노스우드)가 곧 출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메인보드 업체들이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노스우드는 기존 펜티엄4용 메인보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0.18μ 공정으로 만든 펜티엄4가 단번에 단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펜티엄4용 메인보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벤치마크는 펜티엄4용 메인보드 8종을 비교해 본다.
여러 가지 테스트를 통해 각 제품의 성능을 알아보았다. 전체적인 성능은 오버클록이 가능한 제품이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이것은 일종의 편법에 의해 결과를 높인 것이기 때문에 최고의 제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또 오버클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떨어지는 성능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기가바이트 GA-8TX-C와 아비트 TH7-RAID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메인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안정성이다. 펜티엄4의 속도는 이미 1㎓를 훌쩍 넘어섰다.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CPU 속도를 약간 높여 얻어지는 성능의 차이는 결코 크지 않다. 이미 빨라질 대로 빨라진 CPU를 불안하게 사용하기보다 속도를 조금 낮추더라도 안정적인 작동이 중요하다. 기가바이트와 아비트 제품의 안정성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메인보드에서 안정성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성능이 떨어진다면 좋은 제품이라고 말할 수 없다. 기가바이트와 아비트 제품은 모든 테스트에서 꾸준한 결과를 보였다.
두 제품의 성격은 조금 다르다. 기가바이트 제품은 사운드 칩과 듀얼 바이오스를 제거한 보급형 모델이다. 값도 싼 편이다. 반대로 레이드 기능까지 갖춘 아비트 제품은 고급형 메인보드를 원하는 사용자에게 어울리는 제품이다.
에폭스 EP-4T2A는 아수스 P4T와 같은 방법으로 오버클록을 했다. 클록도 비슷했기 때문에 실험결과도 비슷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험결과는 대부분 에폭스 EP-4T2A가 좋은 결과를 보였다. 값은 보급형이지만 성능은 아수스 못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오버클록을 하는 편법으로 성능을 높이지 않고 진정으로 효율적인 설계를 통해 좋은 결과를 보였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아수스 P4T는 명성에 어울리는 뛰어난 성능을 지니고 있지만 오버클록이라는 편법이 아쉬웠다. 에폭스 EP-4T2A와 같은 클록으로 오버클록했지만 성능은 오히려 떨어졌다. 기술력의 차이가 그만큼 없다는 것이다. 절연패널을 비롯한 독특한 메인보드 설계로 인해 눈길을 끌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MSD의 천년 메인보드는 보급형 제품이다. 하지만 테스트 대상 제품 가운데 성능은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일부 테스트에서는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였으며 가격이 저렴해 누구나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평가된다.
빅빔 QDI PlatiniX 4는 강력한 전원설계를 바탕으로 무난한 성능을 보여준다. 앞으로 4층 기판으로 값을 더욱 낮춘 제품을 선보인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유니텍 MSI-6339도 무난한 성능을 보였다. 크게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결코 떨어지는 성능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만큼 편차가 적기 때문에 어떤 용도로 쓰든지 무난할 것이다.
인텔 D850GB는 테스트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몇몇 테스트에서는 가장 낮은 성능을 보였다. 물론 가격이 싸고 안정적인 동작을 보인다는 점은 보급형 제품으로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MSD 천년 P4ITA
MSD에서는 ECS의 펜티엄4용 메인보드인 P4ITA를 판매하고 있다. 엘리트그룹의 일원인 ECS는 값싸고 성능 좋은 메인보드로 주로 보급형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제품의 외형은 첫눈에 다른 메인보드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라색의 PCB를 써서 다른 제품과 차별화를 꾀했다. 고급스럽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새로운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메모리 뱅크의 구성도 다른 제품과 다르다. 대부분의 메인보드가 램버스램 2개를 짝으로 이뤄 하나의 뱅크를 구성한다. 하지만 이 제품은 하나의 뱅크를 서로 다른 램버스램 슬롯으로 구성한다. 이렇게 배치한다면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은 램버스램의 뱅크마다 고른 전원공급을 할 수 있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단점은 속도가 아주 조금 떨어질 수 있다. 속도나 안정성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ST컴 아수스 P4T
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아수스 제품이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절연패널을 써서 전기적인 충격을 보호한다. 절연 필름은 가끔 본 적이 있지만 다른 제품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특징이다. MSD 제품과 마찬가지의 독특하게 램버스램 뱅크를 구성한다.
MTH와 CPU 소켓, 램버스램 뱅크의 배치는 아수스만의 노하우를 보여준다. 아수스는 전통적으로 전용 하드웨어 모니터링 기능이 있다. 이 제품도 별도의 하드웨어 모니터링 칩세트를 써서 메인보드의 상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전원단자의 배치는 아주 효율적이다. 메인보드의 레이아웃이 달라진 만큼 적재적소에 전원단자를 배치해서 효율성을 높였다. 펜티엄4가 상당히 많은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취한 조치로 보인다.
◆빅빔 QDI PlatiniX 4
빅빔은 얼마전부터 중국 리젠드그룹의 QDI 메인보드를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그 첫번째 제품으로 i850 칩세트를 쓴 QDI PlatiniX 4를 선보였다. 흔히 보는 대만 제품이 아닌 중국 제품인 것이 이채롭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원부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펜티엄4의 전원소비량이 크다는 것을 감안해서 전원부 설계에 많은 정성을 기울인 흔적이 보인다. 다만 다른 보드에서는 거의 보기 어려운 엄청난 크기의 캐패시터나 전원관련 부품들은 극단적인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만 과연 이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부담스럽다. 사운드관련 기능을 제거했으며, 특별한 부가기능보다는 제품 자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만들어진 보급형 제품이다.
◆슈마 에폭스 4T2A
슈마에서 얼마전부터 에폭스 메인보드를 들여와 선보이고 있다. 보다 좋은 고객지원을 슈마가 제공한다면 상당한 인기를 끌 수 있는 제품이다.
자세히 보면 전원부가 매우 특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메인보드에 비해 캐패시터와 레귤레이터의 배치가 독특하다. 나름대로 전원부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대부분 CPU쪽의 전원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지만 이 제품은 램버스램 쪽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ICH2의 사운드 코덱을 쓰지 않고 별도의 사운드 칩세트를 달아 4채널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ICH2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과 사운드카드를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추가비용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메인보드에 미리 포함된 사운드로는 최고급이다.
◆에바트티엔씨 아비트 TH7-RAID
아비트 메인보드는 바이오스에서 세밀한 설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메인보드에 비해 오버클록이 쉬운 것으로 유명하다.
TH7-RAID는 메인보드의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레이드 기능이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레이드는 2개 이상의 하드디스크를 써서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다. 펜티엄4와 같이 빠른 CPU와 램버스램에 레이드 기능까지 쓴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펜티엄4가 멀티미디어에 남 다른 장점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레이드 기능으로 보다 빠른 멀티미디어를 즐길 수 있다.
전원부는 대용량 캐패시터를 써서 안정적이다. 전원단자의 배치도 적절해 흠잡을 곳이 없다. 에러가 발생하면 숫자로 된 LED가 에러를 알려 주기 때문에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PC99 규격을 따르지 않아 따로 백패널을 써야 하는 것이 옥에 티로 보인다.
◆유니텍 MSI MS-6339
유니텍 메인보드는 대만 MSI의 제품이다. 전통적으로 MSI는 성능보다는 안정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 특징이다. 전원부는 뛰어나진 않지만 세세한 곳까지 신경을 써서 전원부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을 최소화했다. 곳곳에 크고 작은 캐패시터를 써서 각종 소자에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한다. MSI의 뛰어난 안정성은 역시 전원부에서 나온다. 하지만 전원단자를 한 곳에 배치하는 점이 아쉽다.
각종 슬롯이나 브래킷을 고급으로 써서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별도의 사운드 칩세트를 달 수 있도록 설계돼 있지만 이 메인보드는 AC97 사운드 코덱만 쓸 수 있다. 고급 메인보드에 어울리지 않는 옥에 티다. 별도의 사운드 칩세트가 장착된 고급제품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이후 제품이 더욱 기대된다.
◆인텔 D850GB
인텔이 메인보드도 만든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인텔은 개인용부터 워크스테이션과 서버 등 다양한 제품군의 메인보드를 제조한다.
인텔 메인보드는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깔끔하다라는 말의 표현이 제일 적당하다. 다른 제품에 비해 고급스러운 AMI 멀티 I/O를 써서 차별화를 둔다. 인텔 D850GB는 레퍼런스라고 할 만큼 잘 만들어진 메인보드다. 적당한 전원단자의 배치는 나무랄 데 없다. 전원 공급의 효율을 잘 살린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원부 역시 다른 제품에 비해 상당히 많은 신경을 썼다. 적당한 용량의 캐패시터를 필요한 곳에 적절히 배치해 안정적인 전원을 각종 소자에 공급한다. 이것은 곧 안정성으로 결과가 나타난다. 바이오스 설정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세팅이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달리 손댈 것이 없다.
◆제이씨현 기가바이트 GA-8TX-C
기가바이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메인보드 제조업체지만 전통적으로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무엇보다 뛰어난 안정성이 장점으로 OEM 시장에 강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기가바이트는 다양한 부가기능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앞세워 국내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GA-8TX-C는 기가바이트의 특징인 듀얼바이오스와 사운드 칩을 제거해 값을 내린 보급형 제품이다. CPU와 램버스램에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캐패시터를 곳곳에 배치했다. 전원단자를 레귤레이터 바로 근처에 배치해 효율성을 높였다. 기가바이트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설정이 쉽다는 것이다. 바이오스 설정도 간단해 컴퓨터를 조금만 안다면 쉽게 쓸 수 있다. AC97 사운드코덱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