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을 설립한 것은 게임, 음악, 애니메이션, 캐릭터, 만화, 전자출판 등 6대 문화콘텐츠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동안 문화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비전과 계획을 발표해 왔지만 말그대로 ‘페이퍼 워크’ 수준에 머물러 왔다.
따라서 이번 진흥원의 설립은 아무리 계획을 잘 짜더라도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집행기구가 없으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과 규제에서 벗어나 미래의 산업인 문화콘텐츠 산업육성에 문화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산업계의 여론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화부는 콘텐츠진흥원을 설립해 다양한 분야의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구성 측면이나 사업내용을 들여다보면 디지털콘텐츠 산업육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콘텐츠진흥원의 조직을 보면 산하에 게임지원센터, 음악지원센터, 애니메이션지원센터, 만화·캐릭터지원센터 등 4개 분야별 지원센터를 두고 있다. 조직구분으로는 4개의 지원센터지만 실제로는 게임, 음악, 애니메이션, 만화, 캐릭터 등 5개 분야의 콘텐츠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더욱이 문화부는 이미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상자료원 등 3개 기관을 두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새로 생기는 콘텐츠진흥원은 방송, 영화, 영상 등 기존 기관들이 맡고 있는 분야와 중복되지 않는 새로운 일을 맡아야 하며 그것은 언필칭 디지털 문화콘텐츠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서병문 원장은 “문화콘텐츠진흥원은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모든 콘텐츠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설립됐지만 산업의 트렌드를 감안하면 디지털콘텐츠 쪽에 무게중심이 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해 디지털콘텐츠 산업육성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실제로 콘텐츠진흥원은 게임, 음악, 애니메이션, 캐릭터, 만화 등 5대 문화콘텐츠 산업 전분야에 걸친 포괄적인 육성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콘텐츠진흥원은 또 지금까지 문화부가 운영해온 재단법인 등 다른 기관과의 규모나 위상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규모면에서 보면 콘텐츠진흥원은 연간 1000억원 안팎의 사업비를 책정해 놓고 있다. 게임산업 육성을 전담하고 있는 게임종합지원센터(소장 성제환)의 연간예산과 비교해 보면 무려 10배에 달한다. 게임지원센터와 비슷한 기관 10개를 합쳐 놓은 것만큼 규모가 큰 것이다. 그동안 문화부에 대해 ‘정책은 있지만 집행자금은 없는 부처’라는 비아냥이 무색할 정도로 사업자금의 규모가 매머드급이다.
콘텐츠진흥원은 설립 첫해인 올해 1862억원을 비롯해 2002년 1390억원, 2003년 900억원, 2004년 910억원 등 4년 동안 총 5062억원을 사업비로 조달하게 된다. 재원확보라는 측면에서 보면 문화산업기금을 비롯한 문화부 관련예산이 전부였던 종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정보통신부의 정보화촉진기금 1000억원이 포함돼 있다.
특히 콘텐츠진흥원의 출범으로 이제까지 문화부 내부의 조직체계상 ‘과’ 단위로 쪼개져 따로 관리됐던 6대 문화산업이 통합적으로 지원, 육성됨으로써 일종의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진흥원의 서병문 원장(53)은 94년 삼성 회장실 정보통신팀장(이사), 96년 삼성전자 통신사업팀장, 97년 삼성전자 상무 등을 거쳐 지난해 5월 삼성전자 미디어콘텐츠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겨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사업을 총괄해 왔다.
서 원장은 “문화콘텐츠는 미래 10대 산업의 하나로 국가발전을 좌우할뿐 아니라 문화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며 “문화콘텐츠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실제 기업에 도움이 되는 일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