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와 기협중앙회·벤처기업협회·여성벤처기업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공동주관하고 다산벤처가 후원하는 제26회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 숭실대 교수)이 지난 21일 오후 여의도 기협중앙회 소회의실에서 ‘벤처산업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벤처캐피털리스트 양성 및 활용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벤처캐피털업계 대표, 벤처업계 대표, 경제 및 산업연구기관 관계 전문가들은 한국적 벤처캐피털리스트 양성과 벤처산업 발전을 위한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역할제고 방안에 대해 활발한 토의가 있었다. 이날 토론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참석자=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 도용환 스틱아이티벤처투자 사장, 이인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실장, 김종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이부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이사, 서창수 다산벤처 부사장, 이은범 중기청 벤처진흥과장, 정준 쏠리테크 사장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 회장(숭실대 교수)
장소=기협중앙회 소회의실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 회장)=현재 국내에 140여개 벤처캐피털(VC)과 2500여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벤처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늘 이 자리가 보다 바람직한 벤처캐피털리스트 양성방안을 모색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벤처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리기술투자 곽성신 사장이 국내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곽성신(우리기술투자 사장)=국내 벤처캐피털의 역사는 일천하지만 약 20년에 이르는 중요한 시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일컫는 캐피털은 이스라엘식보다는 미국식 모델입니다. 넘치는 자금이 넘어와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성격이 적은 일본식과도 다릅니다. 실리콘밸리의 경우 벤처캐피털이 기업을 운영하고 경영자는 꼭두각시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정책적으로 육성된 것으로 지원 기관의 성격이 강해 선진국과 달리 수동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젠 캐피털리스트가 벤처에 전문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지원함으로써 벤처기업 발전의 중요한 주체가 돼야 합니다. 실제로 해외 벤처캐피털에서 투자유치에 성공한 기업 사장의 말을 들어보면 예상외의 다양한 이슈를 지적하고 여러 인적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데 놀랐다고 합니다.
△사회=최근 모 조사자료를 보면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경력 중 대부분은 일부 대형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차지하고 있는 점은 짧은 우리 벤처캐피털의 역사를 반증하는 예라고 생각됩니다.
△이인찬(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실장)=벤처캐피털리스트의 실력이 벤처시장의 실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 벤처캐피털은 시스템적으로 악순환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캐피털리스트의 안목과 실력부족이 투자자 불신을 가져와 결국 벤처들의 자금 기근으로 이어지고 이렇게 되면 캐피털리스트에 대한 인센티브가 작아져 이것이 다시 캐피털리스트들이 사후관리과 자기계발에 소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현재 나름대로 이러한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결국 뛰어난 캐피털리스트는 외부의 교육보다는 시장의 선순환 구조안에서 노하우를 축적·육성돼야 합니다.
또 캐피털리스트의 실력 제고를 위해 자금 외적인 사후관리에 따른 성과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합니다. 그러면 결국 자금은 실력있는 캐피털리스트를 지정해 투자하게 되죠. 우리의 경우 주식회사 형태이므로 80∼90% 이상 주주가 투자 리스크와 수익을 가져갑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심사역들이 가져갈 인센티브의 규모가 작은 게 현실입니다. 이렇게 캐피털리스트의 업무 유인이 작다보니 결국 투자자들은 캐피털의 주주와 사장이 누구냐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캐피털리스트의 성과 보상체계를 확실히 해 이들에 따라 투자조합이 결성되고 여기에 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뒷받침돼야 할 것입니다.
△김종현(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캐피털리스트의 능력은 기업취사선택력, 교섭력, 경영지원력, 펀드조달력 등이 있습니다. 미국 유명 VC의 캐피털리스트의 경우 평균 업력이 12년 정도에 이르고 있습니다. 펀드들이 대부분 장기 관점에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죠. 저도 정부의 주도보다는 민간에 의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미국의 경우 오랜 경력의 캐피털리스트에 의한 내부 교육방식과 전직 기업CEO의 재교육을 통해 활용하는 제도도 있습니다. 현재 국내 VC는 일반기업과 시스템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팀단위 시스템 운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테크노 MBA학제 도입, 캐피털리스트 실명제, 안식년제에 의한 학제적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캐피털리스트에 대한 데이터활용 시스템을 구축,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에이스넷을 통해 벤처기업과 엔젤, 캐피털리스트를 연계하고 있습니다.
△도용환(스틱아이티벤처투자 사장)=개별 캐피털사들이 각자 교육 및 양성 시스템을 가지기는 힘든 게 현실입니다. 또 심사역의 잦은 이직도 보편화돼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에도 도제시스템을 적용하고 있고 외부 기관 및 전문가를 통한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벤처캐피털과 캐피털리스트의 공동 성장을 위해서는 투명성과 열정이 있어야 일부에서 제기되는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 현상을 막고 신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각 캐피털사가 자사의 브랜드를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합니다. 아울러 각 캐피털사가 공동의사결정과정과 사후관리를 보다 시스템화함으로써 인력이동에 따른 업무 누수를 방지해야 합니다.
△사회=미국은 VC가 700여개에 달하지만 향후 10년 내에 80% 정도가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우리도 향후 VC와 심사역이 계속 늘어나게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이은범(중기청 벤처진흥과장)=국내 벤처산업이 정부의 육성 노력에 의해 이뤄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이 선회하는 곳이 바로 VC 분야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투자조합 활성화에 정부지원이 집중돼왔지만 앞으로 VC의 인프라가 되는 캐피털리스트 육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캐피털리스트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아마도 VC에 대한 일부의 불신을 해소하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물론 궁극적으로 교육 및 육성은 민간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여건상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면 내년도 사업계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회=그동안 양적팽창을 거둔 벤처산업이 이젠 얼마나 성공적 모델을 만들어가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정부가 지원해온 펀드들이 높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이 고민돼야 합니다.
△정준(쏠리테크 사장)=일부에서 얘기되는 경영간섭에 관한 문제는 서로의 태도에 있다고 봅니다. VC들도 파트너십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경우와 기업에 대한 감사 형식을 갖는 두가지 스타일이 있습니다. 기업은 그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조직과 경영상의 문제가 있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VC의 조력은 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협상테이블의 같은 측에 앉는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는 광의에서 보면 CEO를 양성하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그리고 캐피털리스트의 역량제고뿐 아니라 기업의 실질적 기술수준 제고도 뒷따라야 합니다. 가끔 몇몇 기업인들의 모임에 가보면 기술에 대한 토론보다는 파이낸스 부분에 대한 이슈가 대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캐피털리스트도 파이낸스와 더불어 기술에 대한 토론과 공유의 자리가 많아져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기술의 시장지배력을 향상시키는 시기를 단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캐피털리스트에 대한 보상체계뿐 아니라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곽성신=캐피털은 대주주에 따라 그 성격이 규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엔 금융권 출신이 캐피털리스트로 나서 금융전문가의 성격이 짙었고 기업도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했습니다. 최근엔 기술의 발달에 따라 연구소, 대기업 등의 연구개발 엔지니어들의 유입이 늘고 있지만 어느 경우도 경영자로서의 훈련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결국 벤처의 파트너이자 해결사로서 캐피털리스트를 육성 활용해가야 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캐피털리스트의 양산이 아니라 기존 캐피털리스트의 어떻게 재교육하느냐의 문제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교육이 투자기법에 대한 교육에 중점을 두는 양상입니다. 또 전문화되고 있는 캐피털의 변화에 맞게 그에 부합하는 전문화 교육도 가능할 것입니다. 교육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합리적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는 방안도 구체화돼야 합니다.
△서창수(다산벤처 부사장)=여전히 종합적 성격을 가진 VC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정부기관이나 일반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금융기관인지 비즈니스 파트너인지 헷갈려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캐피털리스트가 금융 전문가인지 경영 전문가인지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재무분석, 경영지원보다 지속적인 책임감과 열정을 가진 심사역의 역할입니다. 한시적으로 VC협회나 정부에서 초기 역할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결국 우수한 캐피털이 많이 나타나면 거기 우수한 인력이 모여들 것입니다.
△이부호(한국벤처캐피털협회 이사)=미국 MBA 졸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캐피털리스트인 것처럼 최근 충원되고 있는 국내 벤처캐피털리스트들도 매우 우수한 인력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들이 부단한 자기발전과 노력을 통해 캐피털리스트로서의 생명을 늘려가야하고 여기에 적절한 풍토가 조성돼야 합니다. VC도 파트너십 형태가 바람직하지만 주식회사 형태가 아니었다면 우리의 경우 지금의 VC인프라를 갖추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 정부의 VC 지원도 심사역의 투자 경력(레코드)에 따라 배정되고 있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인 면도 많습니다.
△이인찬=이젠 피고용자 형태로 캐피털리스트를 묶어 둘 수 없습니다. 우리도 미국이 주식회사에서 뮤추얼펀드, 파트너십의 형태의 시행착오를 겪었듯이 시장의 변환과정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현행 법규정상 펀드 운용 수익의 20%를 캐피털에, 그중 50%이내로 캐피털리스트에 대한 성과급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개선의 여지가 많습니다. 또 캐피털 설립 납입자본금 규정, 록업제도 등도 심사역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정도 시장이 형성되가는만큼 과감한 시장 시스템을 도입이 필요합니다.
△정준=캐피털리스트 육성도 중요하지만 결국 시장논리에 의한 과감한 퇴출 시스템의 구축도 필요합니다.
△이은범=미국도 캐피털리스트의 책임은 강력하게 묻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서 얘기된 것처럼 캐피털과 심사역의 모럴의 건전화가 이뤄진다면 시장시스템 도입의 시기도 앞당겨질 것입니다.
△곽성신=심사역은 당연히 시장에서 육성돼야 합니다. 하지만 구체적 방안은 캐피털리스트의 수준에 따라 다른 방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즉 경력이 짧은 경우 VC협회의 교육과정처럼 투자기법, 제도 등에 대한 외부교육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중견 파트너(산업 전문가군)들의 교육은 산업 전문가로서 기능을 수행하도록 교육해야 하는데 여기에 산학협력의 프로그램이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이점은 현재 업계 여력상 어렵기 때문에 정부지원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임원급의 경우는 결국 그들이 내는 성과에 의한 인센티브 제도로 유도하는 방안 등이죠. 궁극적으로 VC가 투자조합의 형태로 가야한다면 현재 3명의 심사역과 100억원 이상의 자본금 규정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자본금과 인력의 요소를 적절히 배합한 탄력적 제도 도입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또 VC를 하나의 펀드로 보고 외부 인력 회사에 의해 운용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입니다. 향후 1만개 벤처 가운데 투자가능한 벤처는 30%에 불과해 VC가 투자 가능한 기업의 수가 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따라서 VC의 퇴출대책을 마련해야 더욱 양질의 벤처캐피털리스트를 양성하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홍기범 기자 kbhong@etnews.co.kr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