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무리한 관세 소급적용에 통신업계 위기감 고조

 ITA협정에 따라 양허세율 적용대상 부분품으로 분류돼 지난해초부터 0% 관세가 적용된 라우터모듈과 스위치 관련 모듈, 그리고 디스램(DSLAM) 등 3개 품목을 관세청이 지난달 2.6% 관세가 적용되는 완제품으로 분류하고 소급관세를 추징하자 해당업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관세청이 무관세 시한을 4개월 앞두고 제품분류를 변경한 것은 업계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세수확대만을 노린 처사이고 또 소급적용방침은 관세법 5조 소급과세 금지조항의 ‘관세행정의 관행이 일반적으로 납세자에게 받아들여진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허세율 적용대상 품목의 경우 부분품은 지난해초부터 0% 관세가 이미 적용됐고 완제품은 내년초부터 0% 관세가 적용될 예정으로 있다.

 관세청은 지난 6월 관세품목분류 실무위원회를 거쳐 지난달 최종적으로 라우터모듈·스위칭모듈·디스램에 대해 HS 품목분류상 디지털통신기기인 ‘8517.50-9000’ 세액부과번호(세번)로 분류해 완제품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관세청은 지난달 디스램을 디지털통신기기 부분품으로, 지난해 11월에는 라우터모듈을 라우터 부분품으로, 지난 1월에는 스위칭모듈을 스위치 부분품으로 각각 분류한 바 있다.

 관세청은 이번 결정에 따라 ‘관세부과제측기간’에 의거, 지난 2년간의 관세를 소급적용한다고 고시하고 각 지방관세청이 99년 8월분의 과세납부 영수증을 발부토록 조치했다. 현행 관세법에는 세번이 결정되는 날로부터 2년 전까지 소급적용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에스넷·쌍용정보통신·현대정보통신·인넷정보통신·인성정보통신 등 제조업체들과 SI업체 및 직수입상들은 관세청의 급작스런 세번 변경과 관세소급추징에 강력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이들 품목의 경우 완제품으로 분류되더라도 ITA협정에 따라 내년부터는 0% 무관세가 적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관세청이 무관세 시기를 얼마 남기지 않고 갑자기 세번을 변경한 것은 세수확대만을 노린 무리한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는 관세청이 그동안 세차례에 걸쳐 3가지 품목을 부분품으로 고시함으로써 관세행정의 관행이 일반적으로 납세자에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소급과세는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소급적용 철회가 안될시 법적소송에 들어갈 방침이다.

또한 업계는 99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수입한 제품들에 대해 각각 99년 3.7%, 2000년 5.4%, 지난달까지 2.6%의 관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총 납부액이 1000억원을 상회해 중소업체들의 경우 존폐위기에 놓일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현행 관세법 5조에는 관세당국의 일방적 행위로 인한 과세의 형평성과 납세자의 재산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소급과세 금지조항을 두고 있다. 이 조항에는 장기간에 걸쳐 과세를 하지 아니한 객관적 사실이 존재하고 관세관청의 비과세에 관한 명시적인 또는 묵시적인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소급과세를 금지토록 명시하고 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