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 맞수]계좌통합관리서비스(PFMS)

 금융권이 인터넷 기반 대고객서비스 강화에 발벗고 나섰다. 인터넷뱅킹 이용자가 이미 500만을 넘어서면서 고객이 각 금융기관에 보유한 자산을 통합관리해주는 계좌통합관리서비스(PFMS)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PFMS 열풍의 주역이 바로 핑거의 박창기 사장과 소프트그램의 김현수 사장이다.

 박창기 사장(49·사진 왼쪽)은 서울대 식물학과를 졸업한 후 제일제당 런던 및 뉴욕 지사장을 역임하며 해외 무역 및 금융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김현수 사장은 한국IBM 소프트웨어연구소에서 금융 솔루션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은 엔지니어다.

 박 사장이 금융 분야에 눈을 뜨기 시작한 건 런던과 뉴욕 등에서의 해외 생활 시절부터. 해외 문물을 접하고 세계 금융시장을 체험하면서 우리나라도 인터넷과 금융의 접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후 96년과 97년 세계 금융의 본거지 뉴욕에서 무역 및 금융 관련 업무를 하면서 인터넷 금융을 국내에 도입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고, 귀국 후 99년 국내 최초의 금융 전문포털 팍스넷(당시 팍스캐피탈)을 오픈했다.

 팍스넷을 운영하며 금융 정보 제공 못지않게 금융 분야와 인터넷을 접목한 인터넷 금융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현실화하는 대표적인 서비스로 PFMS를 선택, ‘마이핑거’라는 브랜드로 시장에 진출했다. 1년여의 기획 및 개발 과정을 거쳐 2000년 12월 팍스넷의 사업부에서 인터넷 금융 솔루션 공급 및 구축 전문업체 핑거를 탄생시켰다. 그는 요즘 젊은 벤처기업 사장에 비하면 연배가 높은 편이지만 생각만큼은 젊고 역동적이다.

 서강대와 독일 AIT에서 전자계산학을 공부한 정통 엔지니어인 김현수 사장(40)은 8년간 한국IBM 소프트웨어연구소 근무를 경험 삼아 95년 소프트그램을 설립했다. 김 사장은 엔지니어답게 제품 및 기업의 기본은 기술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은 제품은 사상누각과 같으며 부실한 제품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게 김 사장의 지론이다. 이 같은 신념으로 설립 후 7년 동안 인터넷 트레이딩 및 인터넷 뱅킹·인터넷 카드시스템 등을 개발, LG증권·한화·동양·굿모닝·메리츠증권사·한빛·국민은행 등에 공급했다. 김 사장이 창업을 결심한 건 하드웨어를 중점으로 다루던 한국IBM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한계를 느끼던 시점이다. 때마침 한국IBM은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퇴직금을 종잣돈 삼아 창업한 게 소프트그램이다. 초창기에는 기초 웹 기술만이 존재할 뿐이었고 미국에서조차 IT가 붐을 이루기 전이었다. 이때 남보다 먼저 웹이라는 기술에 투자하고, 금융 분야의 가능성을 믿고 선택한 것이 인터넷 금융이었다.

 평등하고 수평적인 조직체계. 바로 김 사장이 지향하는 벤처기업의 운영 모습이다. 실제로 소프트그램은 사장과 이사 2명을 제외하면 모두 같은 등급이다. 다만 개인간 실력에 따라 서로 평가하고 존중할 뿐이다. 조직의 경직성이 회사 발전을 저해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