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배 전 삼성SDI 대표는 80년대 초 불모지나 다름 없던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에 몸담으면서 20여년간 왕성한 활동으로 디스플레이산업이 뿌리를 내리는 데 지대한 공로가 인정돼 공로상을 수상하게 됐다.
삼성전관 부사장에 부임한 83년부터 사장으로 퇴임한 91년까지 7년간 삼성전관을 이끌며 부단한 연구개발과 혁신으로 삼성SDI를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90년에는 국내 디플레이산업의 발전을 위해 기초연구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단체가 절실하다는 필요성을 제기,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디스플레이연구조합을 설립하고 초대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연구조합을 통해 디스플레이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로 하고 디스플레이관련 공업기술 수요조사, 국내 LCD생산현황 및 전망, 디스플레이관련 18개 핵심부품 개발의 필요성 등을 조사하고 연구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 세계적인 선도기술 개발을 위해 민관이 협력하기로 하고 정부로부터 공업발전기금, 공업기반기술 구축사업, G7사업 등 굵직굵직한 지원책을 끌어냈다.
그가 초대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뤄낸 공적으로는 공업발전기금사업으로 33인치 컬러브라운관 및 컬러LCD 모듈개발을 우리 기술력으로 이뤄냈고 공업기술개발사업으로는 컬러LCD 평가기술개발, LCD용 컬러핀터 부품개발, 컬러 대형 글라스 벌브 생산용 연마기술 및 설비개발, 0.28 및 0.26피치 CPT용 전자총 메탈 파트 및 시스템 어셈블리 제조기술개발, LCD용 액정부품개발, LCD용 백라이트개발, 광계측기기설계 및 제조기술개발을 수행했다.
이외에도 생산기술개발사업으로 사무자동화기기(OA)용 대형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패널의 개발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같은 그의 노력은 척박했던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을 연간 15%의 성장세로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발돋움시켰으며 오늘날 한국이 브라운관 매출 세계 제1위,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매출 세계 제1위 기업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디스플레이산업의 강자로 군림할 수 있는 초석이 됐다는 평가다.
◇인터뷰
“혼자 한 것도 아닌데 공로상을 받게 돼 쑥스럽네요. 한국이 지금의 디스플레이 강국의 위치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게을러지지 말고 부단한 기술개발과 가격을 혁신하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지속돼야 합니다.”
공로상을 받게 된 김정배 전 삼성SDI 대표(70)는 노환의 병석에도 불구하고 전화인터뷰에서 디스플레이산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예의 강한 추진력을 느끼게 했다.
한국의 디스플레이산업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미약하나마 힘을 보탰다는 입장에서는 자랑스럽지만 정보기기의 발달로 급속히 변해가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직도 기술개발이나 시장개척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대만 등 후발 국가들이 빠르게 뒤쫓아오는 상황을 생각한다면 이들을 따돌릴 수 있는 차세대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재료혁신과 자동설비확대 등으로 원가 절감을 통해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이 긴밀히 연계해 경쟁우위의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연구조합이 이같은 장을 마련하는 데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디스플레이가 반도체·자동차 등에 이어 한국경제를 부양하는 수출 주력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민간의 노력과 함께 정부도 정책적 지원과 지속적인 관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