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과 디스플레이(Chip & Display)’
정보기술의 고도로 발달하면서 핵심 부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치의 중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반도체가 두뇌라면 디스플레이는 눈이다. 멀티미디어, 네트워크 환경이 가속화하면서 반도체의 성능은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동영상을 비롯한 각종 영상을 빠르고 선명하게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장치에 대한 요구도 날로 증대됐다.
두 부품만 있어도 미래 정보전자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두 부품의 세계적인 생산국이다. D램을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브라운관(CRT),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에 이어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유기EL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세계 정상의 위치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선두다. 반쪽만 일류인 반도체에 비해 더욱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성장잠재력도 크다.
실제로 평판디스플레이의 경우 신규 시장의 지속적인 출현으로 내년 혹은 이듬해 D램 반도체 시장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10년 이상 한국을 먹여살린 산업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디스플레이산업을 반도체에 이은 국가 기간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가격 하락과 경쟁국의 견제와 추격이 심해지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무엇보다 21세기 디지털멀티미디어산업을 선도할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장기 연구 프로젝트의 추진이 미진하다.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등극을 눈앞에 둔 TFT LCD 산업의 발전을 이루는 초석이 된 G7프로젝트(95년 말 시작)도 오는 9월 만료되며 후속사업이 불투명하다.
반면 일본은 통상사업성이 출자해 주요 9개사가 참여한 백라이트없는 반사형 TFT LCD,샤프와 히타치 등 6개사가 공동 출자한 차세대 LCD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예전의 디스플레이 왕국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대만도 2002년 한국 추월, 2005년 세계 1위를 목표로 각종의 공동 연구개발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정부는 한국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파격적인 세제 및 정책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대만의 뒤에는 아직은 미완이나 막강한 잠재력을 가진 중국이 도사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이 ‘안팎 곱사등이’로 이류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디스플레이산업계는 90년대 초반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산·학·연이 ‘한 몸뚱이’가 돼 밤낮없이 연구개발에 몰두했듯이 지금이라도 다시 몸을 추스려 매진하면 생산은 물론 기초기술까지 명실상부한 세계 1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또 정부는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기초기술과 부품소재, 장비산업의 육성을 위해 종합적인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추진과 경쟁국과 동등한 정책을 마련해 산학연의 의지를 북돋아야 한다.
이번에 전자신문가사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KIDS), 한국디스프레이연구조합(EDIRAK)과 공동으로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동안 대구전시컨벤션센터(EXCO)에서 제1회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 및 전시회(IMID2001:International Meeting on Information Display 2001)를 갖는 것은 이러한 공감대를 형성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것이다.
또 디스플레이 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으면서도 국제 무대에선 여전히 미국과 일본에 밀려나는 설움을 씻는 것도 이번 행사를 개최하는 또다른 목적이다.
특히 행사를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생산 단지로 떠오른 구미 지역 인근인 대구에서 열어 디스플레이 제조 강국의 이미지를 다시 각인시키려 한다.
주최측은 이번 행사가 오랜 가격 하락에 지친 국내 디스플레이산업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을 기대했다.
특히 국내 연구개발자들끼리 최신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기술 장벽을 돌
파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자홍 한국디스프레이연구조합이사장은 “디스플레이는 디지털정보화사회의
핵심장치로 떠올랐으며 더욱 고성능 제품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는데 이에 부응하려면 산·학·연의 협력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면서 “신기술과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이번 ‘IMID 2001’이 그 촉매제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산·학·연 관계자들은 이번 행사가 우리 디스플레이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에 몰려 최신 연구성과를 발표함으로써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과 기술 발전을 이끌어낼 경우 우리 디스플레이산업의 위상도 덩달아 올라간다.
또 국내 산학연의 높은 기술력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다. 각종 표준화회의와 환경회의, 로드맵회의 등을 통해 세계 디스플레이산업의 오피니언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주최측은 또 ‘IMID2001’을 해당 산학연 전문가들만이 아닌 국민적인 잔치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아직도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의 세계적인 위상을 모르는 국민들도 많다. 디스플레이의 발전상을 잘 아는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왜 잘 나가는 디스플레이업체들에게 정부 지원이 필요하냐”라는 반문이 나오는 것은 이를 반증한다.
만나는 산학연 관계자들마다 “더욱 도약하느냐, 후퇴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선 지금이 오히려 이전 보다 정책적 지원이 가장 절실한데 이러한 사정을 아는 국민들이 너무 적어 안타깝다”라고 말한다.
‘IMID2001’은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디스플레이산업 메카로 만들기 위한 사실상 첫 걸음이다. 산학연 관계자들도 이를 위해 1년 가까이 준비해 왔다. 국민들의 성원은 그 첫 걸음마를 떼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