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DVD방-초대형 화면·음향 끝내줘요

 90년대 이후 신세대들은 이른바 ‘방(房)’이라는 새로운 문화 공간을 잇따라 만들어 왔다.

 90년대 전후에 불어닥친 ‘노래방’, 90년대 초의 ‘비디오방’ 그리고 97년부터 현재까지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PC방’까지 끊임없이 문화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001년 ‘DVD방’이 신세대들의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DVD방은 아날로그 방식인 비디오 대신 디지털 방식인 DVD로 영화를 서비스하는 곳이다. DVD방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우선 신세대의 취향에 맞기 때문이다. 현실세계로부터 벗어나 자기만의 공간을 찾고 싶어하는 젊은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에게 매력적인 장소다.

 또 고화질과 고음질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비디오방이 안락한 개인 공간을 제공하긴 하지만 영화관에 비교하면 화질이나 음향이 상당히 떨어지는게 사실. 따라서 신세대는 비디오방을 애용하면서도 ‘좋은 영화는 영화관에서’ 본다. 하지만 DVD방은 60인치 프로젝트 TV와 첨단 음향시스템을 구비, 영화관람시 고화질 화면과 원음에 가까운 음향을 제공한다. 즉 나만을 위한 개인 극장인 셈이다.

 여기에다 주말이면 1시간 이상씩 기다려야 하는 영화관에 비해 안락하다. 이만하면 극장을 대체할 영상문화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뿐만 아니다. DVD방은 신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라면 뭐든지 끌어들이고 있다. 혹시 남는 방이 없어 기다려야 하는 고객들을 위해 대기실 겸 휴게실에는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PC를 구비하는 DVD방이 늘고 있다. PC와 초고속정보통신망은 물론 각종 게임이 잘 갖춰져 있어 손님들이 몇시간을 기다려도 지루해 하지 않는다. DVD방 내 PC방인 셈.

 또 차를 마시거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점포 내에 초소형 카페를 만들어 놓기도 한다. 차례를 기다리는 연인들이 좋은 영화 한편을 골라놓고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간단한 음료수와 먹거리를 저렴하게 제공해 ‘자리가 없어 기다리는 손님을 돈벌이로 이용한다’는 비난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이 때문에 영화는 딴전이고 카페를 데이트장소로 활용(?)는 젊은이가 적지 않다.

 가격도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다. 2명 기준으로 1만2000∼1만7000원. 상영시간이 2시간 30분 이내면 1만2000원, 3시간을 넘으면 1만7000원으로 차등 적용하고 있다. 연인과 함께 들러 잠깐 인터넷검색을 하고 차 한잔 마시고 오붓하게 영화 한편 보는 데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오히려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신세대들에겐 저렴한 비용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DVD방 마니아는 늘 수밖에 없고 이에 발맞춰 DVD방 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10여개에 불과하던 DVD방은 상반기중 20∼30개로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50개를 훌쩍 넘어섰다. 이제 서울의 신촌과 대학로, 대전 대흥동 서라벌 극장 옆, 춘천 강원대학교 앞, 진주 시청앞, 수원 남문 앞 등 신세대 문화를 대표하는 거리라면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올해말까지 150개 정도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DVD방은 ‘호기심’으로 한번 들러보는 곳이 아닌 명실상부한 새로운 문화 놀이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에 DVD방 초기 시장을 잡기 위한 중견 프로테이프, DVD업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스타맥스는 올 상반기에 진주·마산·부산 등 3개 지역에 DVD방인 ‘DVD존’을 오픈하는 등 연대점·건대점·수원점·대전점 등 총 9개의 DVD방을 개설했다.

 다음미디어는 체인점 형태의 DVD방 전문업체인 ‘돌비넷’ 인수·합병을 시작으로 DVD방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DVD방 1호점인 신림점에 이어 대학로·신촌 등 서울에 2개점을 포함, 대전점 등 총 3개의 DVD방을 잇달아 개설하는 등 DVD방 사업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VOD코리아와 공동으로 DVD방인 ‘마키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비트윈은 서울 도심권 5개 지역과 지방 3개 대도시 등에 8개의 마키클럽을 새로 개설, 총 13개의 DVD방을 개설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씨넥서스도 강북에 1호 DVD방을 개설키로 하는 등 시장참여를 서두르고 있다.

 1세대 노래방, 2세대 비디오방, 3세대 PC방에 이어 4세대란 이름을 달고 DVD방이 신세대 ‘방’ 문화의 선두로 치고 나갈 날이 머지 않았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