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부문 대상작 소개-8.4인치 AM 유기EL 개발 주역 삼성SDI연구소 개발1팀장 정호균 상무
삼성SDI(대표 김순택)가 내놓은 8.4인치 풀컬러 능동형(AM:Active Matrix) 유기전계발광소자(유기EL)는 한국이 차세대 디스플레이시장에서도 확실한 기술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유기EL(Organic Electro Luminesence Display)은 전압을 가하면 스스로 발광하는 유기발광소자를 이용해 문자와 영상을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로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보다 시야각이 넓고 응답속도가 빠르며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AM 구동방식의 유기EL은 표시영역의 각 화소에 스위칭용 TFT를 배치함으로써 단위 라인별로 구동하는 수동형(PM:Passive Matrix) 구동방식과는 달리 화면크기에 제한이 없으며 저전압구동과 저전력화가 가능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부터 120명의 연구인력과 270억원이 투입돼 개발된 이 제품은 저온 폴리(다결정) 실리콘 박막트랜지스터(TFT) 위에 저분자 EL막을 형성, 완전 컬러를 구현했다.
이 때문에 완벽한 색 재현성과 고화질의 동영상 대응은 물론, 시야각에 제한이 없어 자연스러운 영상표시가 가능하다.
비록 이 제품이 지난 2월 소니가 발표한 13인치 제품에 이어 세계 2번째 크기지만 해상도가 SVGA급(800×600)의 119ppi(1인치당 화소수)로 소니제품의 77ppi보다 월등히 높아 기술력에서 앞선다.
이번 개발과정에서 삼성SDI는 유기EL의 핵심공정인 유기층 박막형성 공정에 필요한 ‘유기증착기’를 국내 증착기 전문 장비업체인 ANS(Advanced Neotech System)와 공동 개발, 제품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
삼성SDI는 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 시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2003년에는 AM 유기EL을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또한 PM 방식의 풀컬러 유기EL은 지난 1월 설립한 삼성NEC모바일디스플레이(SNMD)를 통해 양산준비를 끝냈으며 9월부터 부산공장에서 이동전화단말기에 사용되는 2인치급 제품을 월 70여만개씩 생산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시장 전문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는 오는 2005년 유기EL 세계시장 규모가 1억5000만개, 약 31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삼성SDI는 향후 5년간 5000억원 가량을 투입해 오는 2005년 세계 유기EL시장에서 30%를 선점하고 매출 1조원을 달성해 1위업체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인터뷰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의 기술수준을 가늠하는 전자디스플레이 대상에서 첫 대상을 수상하게 돼 기쁘기도 하고 책임감도 느껴집니다. 양말을 박스채 구매해 나눠 신으며 몇달간 회사에서 함께 밤을 새운 연구원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습니다.”
8.4인치 AM 유기EL을 개발해 대상인 산업자원부장관상을 수상한 삼성SDI연구소 개발1팀장 정호균 상무(51)는 빠른 시간 안에 제품을 내놓느라 지난 연말부터 올 4월까지 연일 밤샘작업을 했던 연구원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아직까지도 국내에 유기EL과 관련된 재료나 장비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쟁사보다 먼저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결국 치열한 시간과의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과정에서도 목표대로 제품을 내놓았고 국내 설비전문업체와 공조체제를 구축해 핵심장비의 국산화도 이뤄냈으니 정상무를 비롯, 이번 개발에 참여한 삼성SDI 연구원들의 자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정상무는 그러나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멀다고 말한다.
유기EL이 PDP나 TFT LCD에 앞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청색 및 적색 재료의 고효율화, 저온 폴리 TFT 기술 등 상당한 기술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또 유기물을 고정세로 대면적에 도포시키는 기술 등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양산설비 구축과 공정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그와 연구진들의 몫이다.
하지만 정상무는 이 모든 일을 혼자 하지는 않을 것이라 한다. 내부의 기술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재료·설비 등이 함께 개발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 산학연을 연계하고 관련 업체들과 공동 기술개발에 더욱 신경쓸 생각이다.
“디지털TV·PC모니터 등 유기EL의 응용분야와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정상무는 “유기EL 기술 개발에 매진해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1위 국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밑거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