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무료로 제공해온 디지털 콘텐츠를 어떻게 유료화할 것인가. 인터넷 업체들이 당면해 있는 지상최대의 과제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다수 인터넷 기업들은 양질의 서비스를 무료로 실시하는 것으로 다수의 회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 왔다. 회원수를 늘림으로써 자사 사이트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광고 매출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인터넷 거품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광고매출이 격감, 이같은 인터넷 기업들의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더욱이 벤처열풍이 시들해지면서 그동안 인터넷 기업들을 부양해온 투자유치도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졌다. 거대해질 대로 거대해진 몸집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이 인터넷 업계에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것이다.
기업들이 그동안 회원 확보를 위한 도구로만 사용해온 콘텐츠 서비스를 주수익원으로 전환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 기인한다.
콘텐츠 서비스는 모든 인터넷 업체들을 존재하게 해주는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유료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실제로 최근 들어 대다수의 인터넷 업체들이 그동안 확보해 놓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콘텐츠 유료화에 속속 나서고 있다. 거품 경쟁으로 치부돼 온 페이지뷰수 늘리기 및 회원확보 경쟁 등을 통해 얻은 노력의 결과다.
네이버컴(한게임)·네오위즈 등 일부 업체들의 경우 최근 프리미엄 서비스를 바탕으로 콘텐츠 유료화에 잇따라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콘텐츠 자체도 충분히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 인터넷 업계의 콘텐츠 유료화가 대세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네이버컴의 한게임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한 콘텐츠 유료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 한게임은 지난 3월 5일부터 게이머에게 보다 편리하거나 재미있게 이용할 수 있는 특수한 기능을 제공하는 아이템을 판매하는 프리미엄 서비스에 나서 불과 4개월 만인 지난 7월말까지 약 5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한게임은 특히 이번 프리미엄 서비스가 별다른 네티즌의 반발을 사지 않고 있는데다 최근까지 이를 이용한 고객도 7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어 서비스의 유료화 전환에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또 잠시 네티즌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기는 했지만 네오위즈의 세이클럽이 단행한 ‘아바타’ 유료화 또한 ‘커뮤니티는 돈이 안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성공적인 유료화 모델이다. 이는 특히 프리챌·다모임 등 커뮤니티 포털은 물론 많은 인터넷 업체들이 아바타 사업을 주요 수익모델로 도입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세이클럽은 지난해 11월 도입한 아바타 판매로 최근까지 총 8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유료서비스 개시 이후 서비스 사용률도 크게 늘어 실시간 동시 사용자가 지난 2월 8만2500명에서 지난 7월에는 9만300명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에 다음커뮤니케이션·라이코스코리아·프리챌·다모임·코리아닷컴·드림엑스닷넷·나우콤 등 인터넷 기업들도 최근 들어 콘텐츠 유료화를 핵심 수익모델로 집중 육성해 나가기 시작하는 등 인터넷 업체들의 콘텐츠 유료화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경우는 최근 본격적인 콘텐츠 유료화를 선언하면서 주가가 급등할 정도로 초미의 관심을 끌었으며 라이코스코리아의 경우는 아예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유료화의 기틀을 잡아나가겠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이들 업체는 영화나 만화·교육·게임·음악 등 네티즌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유료화를 단행, 이를 기존 광고 및 기업이나 네티즌 대상의 전자상거래 등과 함께 3대 핵심 수익원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동안 이를 무료로 이용하는 데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온 네티즌들이 유료화 자체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네티즌들 사이에는 아직도 서비스를 유료화하면 다른 무료 사이트로 이동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업체들이 네티즌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인터넷=무료’라는 등식을 깨기 위해서는 아직 선결해야 하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냅스터나 소리바다 등 무료 콘텐츠 제공 사이트들도 법정소송에서 패하면서 유료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와레즈 사이트를 비롯해 그동안 다양한 콘텐츠를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장을 제공해온 불법 사이트에 대해서도 철퇴가 가해지면서 인터넷 기업들의 콘텐츠 유료화를 한결 수월하게 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업체들이 콘텐츠 유료화에 성공한 것도 아니다. 몇몇 업체는 콘텐츠 유료화가 새로운 수익모델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만 믿고 무료로 제공해온 아바타 및 e메일 서비스 등을 유료로 전환했다가 되레 나쁜 결과를 가져온 경우도 적지 않았다. 유료화 모델이 네티즌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바람에 수익성 개선은커녕 회원수만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콘텐츠 유료화에 성공한 업체들의 경우는 하나같이 기존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서비스를 유료화의 대상으로 삼았고 또 이를 위해 철저한 사전준비 작업을 거쳤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데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