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발명된 영화와 축음기는 인류의 문화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그중에서도 움직이는 사진, 영상시대의 개막은 인류의 상상력을 한단계 끌어올리면서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무성영화로 시작된 영상산업은 유성 영화시대를 거쳐 컬러영화로 발전해왔고 방송이 등장한 이후에는 흑백TV, 컬러TV를 거쳐 이제는 디지털 영화와 디지털 TV방송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또 영상저장매체도 아날로그테이프(VHS)에서 비디오콤팩트디스크(VCD),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로 변해가는 등 혁명적인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20세기 말에 만들어진 DVD는 꿈의 영상매체로 새로운 21세기 영상산업을 이끌어 나갈 기대주로 각광받고 있다.
DVD는 레이저디스크와 CD롬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저장매체로 각광받고 있는 제품으로 국내를 비롯해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에서 많은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DVD는 일반 CD크기의 디스크 1장에 CD의 7배인 4.7Gb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 DVD는 초창기에 MPEG2 표준에 따라 고화질·고음질의 영화를 한장의 작은 디스크에 담음으로써 비디오 CD보다 월등한 성능을 가지도록 한 디지털비디오디스크라는 의미로 사용됐지만 지금은 다양한 매체에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다기능디스크(Digital Versatile Disc)의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DVD는 용도에 따라 DVD 비디오, DVD 롬, DVD 오디오, DVD R(쓰기가능), DVD 램(고쳐쓰기가능) 등으로 사용된다.
DVD업체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DVD가 차세대 영상매체로서 확고한 기반을 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9년 초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DVD타이틀 시장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시장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00% 이상 성장한 70만개로 확대됐으며 하반기에도 이같은 추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호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DVD타이틀 시장규모가 약 120만개에 이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 DVD플레이어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도 본격적인 DVD시대가 눈앞에 오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DVD플레이어의 올 상반기 판매물량은 9만대로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량을 넘어섰으며 하반기까지 합하면 2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DVD플레이어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세계 유력 업체들과 치열한 시정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04년쯤이면 DVD플레이어가 VCR 판매량을 추월할 것으로 시장조사기관 및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캐너스인스탯은 올해 세계 DVD플레이어 판매량이 전년의 1800만대보다 1000만대 늘어난 2800만대에 이르고 오는 2004년에는 6000만대를 넘어서면서 VCR 판매량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하드웨어 부문에서 DVD플레이어가 VCR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DVD타이틀이 비디오테이프를 제치고 조만간 주력 영상매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DVD는 디스플레이를 TV로 하느냐, 또는 PC로 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하드웨어를 필요로 한다.
DVD플레이어는 TV를 겨냥해 만들어졌다. 해상도가 뛰어난 만큼 대화면TV나 프로젝션 등 대형 스크린일수록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또다른 방법은 PC에다 DVD롬 드라이브를 설치하는 것이다. 최근 보급형 DVD롬 드라이브의 가격이 10만원 미만대로 내려간 것을 감안하면 10만원에도 못 미치는 저렴한 투자로 DVD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보통 모니터 화면이 일반TV보다 해상도가 뛰어나기 때문에 TV에 비해서도 더욱 실감나는 영상을 PC로 즐길 수 있다.
그러나 DVD가 화려한 디지털 영상과 원음에 가까운 깨끗한 음질을 구현하는 등 영상매체로서 더이상 바랄 것이 없을 만큼의 완벽함을 구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영상산업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첫째는 DVD를 구동하는 하드웨어의 값이 아직까지 고가여서 일반인이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은 30만원대의 DVD플레이어가 꽤 많이 나와 있지만 제대로 된 DVD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백 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100만원 정도만 투자하면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춘 DVD 홈 시어터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돼 조만간 DVD 대중화 시대가 활짝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하나는 소프트웨어의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종류도 다양하지 못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당 2, 3만원에 달하는 가격이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보고 싶은 작품을 제때 구입할 수 없는 것도 DVD 확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따라 최근 DVD를 대여해주는 사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비디오방에 이어 DVD방이 등장해 성업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밖에 DVD시장이 전성기를 맞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업체와 소프트웨어업체의 공동마케팅도 시급하다.
올해 초 추진한 공동마케팅 결과 수만대의 DVD플레이어와 DVD 판매실적을 올렸으며 DVD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높였다.
이와 관련, 최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전 DVD업계가 참여하는 공동마케팅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또 DVD에 담기에 적당한 새로운 콘텐츠 개발도 요구된다. 서라운드 입체음향과 고화질 디지털화면, 다국어 지원 등 DVD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콘텐츠 개발이야말로 DVD 부흥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업계는 이같은 문제를 하나둘씩 해결해 나가고 있다.
그 징조의 하나가 DVD타이틀 신규 참여업체의 증가다. 미라클·우일셀스루·KBS 등 판매용비디오(셀스루)업계까지 이 시장에 속속 참여하면서 전문업체와 프로테이프제작사로 양분돼온 DVD시장이 3파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따라 DVD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DVD가격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가격은 2, 3만원대지만 연내 1, 2만원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DVD가격이 1만원 이하로 떨어지면 대중화의 물꼬가 터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품 내용면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최근 영화중심에서 탈피해 영어교육이나 유아교육용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음악DVD 등 새로운 수요시장이 창출되고 있다.
시장전망을 밝게 하는 또다른 요인으로는 하드웨어업계와 DVD업계의 공동마케팅 움직임이 고조되고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