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가격전쟁이 재연되고 있다.
28일(한국시각) 인텔은 2㎓ 펜티엄4 신제품 출시에 맞춰 기존 제품의 가격을 최고 54%까지 인하했으며 AMD도 이날 주요 애슬론 프로세서를 최고 49% 인하했다.
PC업계 관계자들은 “CPU 가격인하 경쟁은 PC가격의 인하로 이어져 개학과 크리스마스 특수를 계기로 PC수요가 크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지만 한켠에서는 “가격인하가 수요진작의 계기가 될 지 몰라도 본격적인 PC시장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불붙은 가격전쟁=인텔과 AMD는 올들어 여러차례 가격전쟁을 벌였다. 그렇지만 인하 폭이나 대상제품을 보면 전투가 이전보다 치열한 양상을 띨 것임을 예고했다.
인하폭은 50% 안팎에 이르며 주로 주력제품들이다.
인텔은 이번 가격인하를 통해 제품구조를 펜티엄4 위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8㎓ 펜티엄4의 가격을 256달러로 54% 인하했으며 1.5∼1.7㎓ 제품의 가격은 200달러 아래로 낮췄다.
반면 1㎓대 펜티엄Ⅲ의 가격을 200달러대로 책정해 사실상 펜티엄Ⅲ를 포기할 것임을 내비쳤다.
이에 맞서 AMD도 1.4㎓ ‘애슬론’을 130달러로 49% 인하하는 등 대부분의 제품을 110∼130달러대로 낮췄다.
인텔은 오는 10월께도 또다시 가격을 낮출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2㎓급 제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제품이 200달러 미만의 가격을 형성할 전망이다.
◇PC수요를 촉발시킬까=PC업계의 관심은 온통 CPU 가격인하가 수요를 얼마나 촉발시키느냐에 집중됐다.
일단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펜티엄4를 탑재한 PC의 경우 대부분 1000달러 미만에 판매될 전망이다. 아무리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하더라도 이 정도의 가격은 PC구매를 늦춘 기업과 일반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다시 열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용체계(OS) 윈도XP의 출시도 PC수요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됐다.
신중론도 만만찮다. CPU가 PC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PC가격 인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판매부진으로 채산성이 악화된 PC업체들이 곧바로 PC가격을 낮출지도 미지수다. PC업체들이 수요가 뚜렷하게 늘어났다고 판단할 때까지 가격인하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
이를 의식한 듯 루이스 번즈 인텔 데스크톱 플랫폼그룹 부사장은 “1000달러 미만의 저렴한 가격으로도 펜티엄4 PC를 구입할 수 있도록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고속 CPU와 새로운 OS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기대도 예전같지 않다. 가격 추가 인하를 기대하고 구매를 늦춰 성수기를 그대로 지나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로 가격을 인하한 인텔·AMD는 물론 PC업체들이 당분간 일반 소비자보다는 기업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했다.
<새너제이(미국)=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