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통령선거 때 앨 고어 민주당 후보보다 2배나 많은 돈을 모아 줬는데….”
미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섭섭함을 드러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http://www.latimes.com)에 따르면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최고경영자(CEO) 등은 취임 8개월째를 맞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IT부문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관계자들과 IT업계 간부들은 석유회사 출신의 부시 대통령이 과거 신경제의 축으로 지금은 경제침체의 주요 요인인 IT산업 경기부양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이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제외하면 실리콘밸리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IT부문 간부들과 네차례 회동했지만 수십개의 닷컴기업과 인터넷 고속접속 서비스업체들이 도산한 마당에 IT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 6월 말에야 비로소 존 마버거 3세를 백악관 자문기구인 과학기술국 책임자로 임명했을 정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어 전 부통령이 재임기간 중 IT정책을 강력히 추진한 것에 비해 딕 체니 부통령도 마치 IT분야에 대해서는 초연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고 답답해 하고 있다. 체니 부통령이 이끄는 에너지특별대책팀은 에너지업체 간부들로부터 자문을 구함으로써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려 한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지만 정작 어려운 IT업계의 고충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UC버클리 대학의 핼 배리언 정보관리학장은 “부시 행정부는 IT분야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부시 팀안에 IT 옹호자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부시 자신의 배경이 에너지이기 때문에 그의 행정부도 에너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 측근들은 “IT부문에 최고 우선권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부시 대통령이 지난 8개월간 교육·세금·무역 등 사회경제정책에 비중을 뒀으나 인터넷상거래 과세와 지적재산권·개인정보 보호·컴퓨터 보안·반독점(마이크로소프트 소송)과 같은 굵직한 현안을 해결해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 IT경기의 침체가 계속되는 한 부시의 정책에 대한 업계의 불만은 당분간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