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로 리눅스는 탄생 10주년을 맞았다. 10년 동안 리눅스는 세계 서버 운용체계(OS) 시장의 27%를 차지할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98년부터 리눅스 전문기업이 창업되기 시작해 이제는 3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시장으로 성장했다. 관련 기업도 100개를 넘는다. 외형적으로 보면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게 틀림없다. 하지만 내용 면에선 그렇지 못하다. 리눅스산업의 성장과 함께 리눅스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 리눅스 관련 교육은 이에 미흡하다. 아직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실정이다. 기술 인력의 산실인 대학에서 리눅스 강의는 찾아보기 힘들고 리눅스 관련 기능을 검증할 자격증도 도입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 리눅스 교육의 실태와 개선 방안을 4회에 걸쳐 시리즈로 엮어본다. 편집자
얼마 전 제주도에서 전문대학전산소장협의회 하계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행사의 주제는 대학의 리눅스 교육 도입이었다. 주제에 맞춰 이날 행사에 참여한 각 대학의 전산소장과 관련 교수들은 리눅스 교육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요지는 각 대학이 리눅스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학생들에게 교육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턱없이 부족한 교육 인프라에 있다는 것이다. 대학의 교육 환경상 교과 과정으로 채택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교재도 없고, 교수도 부족하다. 게다가 학생들의 교육 열기를 북돋을 수 있는 자격시험도 전문가 위주로 돼 있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는 한국리눅스협의회가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날 참석한 42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교과 과정에 리눅스를 도입하려는 계획은 100%에 달했다. 특히 기존 교과 과정에 리눅스를 추가하겠다는 대답이 38%였고 나머지 62%는 독립 교과목으로 리눅스 교육 과정을 만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정부나 민간이 인증하는 표준 교재를 사용하겠다는 응답이 96%, 리눅스 자격시험을 학생에게 권유하겠다는 응답이 98%, 리눅스 강의 교육에 참가하겠다는 응답은 98%에 달했다. 이를 뒤집어보면 리눅스 교육에 대한 열기는 그만큼 크지만 인프라 구축이 이를 따르지 못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정갑주 교수는 “사회 전체적으로 리눅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업의 리눅스 인력 수요가 늘면서 대학생의 리눅스 학습 열기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며 “교수들 사이에서도 리눅스를 정식 과목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헬싱키대학의 대학원생인 리누스 토발즈가 ‘그냥 재미로’ 만든 리눅스가 이제 세계 IT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인자인 스티브 발머조차 리눅스를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말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리눅스 교육에 대한 인프라는 우니라나나 외국이나 할 것 없이 ‘미흡’한 수준이다.
리눅스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교육 없이 리눅스산업의 발전은 ‘모래 위에 집’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세계 OS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선마이크로시스템스·HP 등의 유닉스업체들이 자사 시스템 보급을 위해 매년 천문학적인 금액을 교육사업에 투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사용자들의 교육이 전제되지 않고선 많은 시스템을 판매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한 점 때문에 많은 IT업체들이 자사 시스템을 교육하는 기관에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상당히 싼 가격에 공급한다. 이어 시스템 운용 능력을 평가하는 자격증 제도를 도입, 시스템 사용을 유도한다.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의 MCSE나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SCJP 등은 IT 취업의 보증수표가 될 정도로 파워를 갖게 됐다.
리눅스는 오픈소스인 데다 많은 사람들이 개발한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응용해 다른 좋은 프로그램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또 특정 OS를 도입하기 위한 많은 투자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리눅스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제대로 된 교육이 필수적이다. 능력있는 교수 양성과 체계적인 교과 과정 마련, 교육 촉진을 위한 공인자격제도 도입 등이 차질없이 이뤄질 경우 우리나라의 리눅스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이룩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중국이 리눅스를 국가적인 OS로 육성키로 하고 초중고교 교과 과정에 리눅스를 도입한 것을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장동준기자djjang@etnews.co.kr>